영화 '타워' 여주인공 손예진  "제 연기생활 첫 재난영화…재앙 앞에선 모두 똑같죠"
‘멜로 퀸’ 손예진(30·사진)이 오는 25일 개봉하는 초대형 재난영화 ‘타워’(감독 김지훈)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총제작비 130억원 규모인 이 영화에서 그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의 레스토랑 매니저 윤희 역을 맡아 화재 속에서 생존투쟁을 벌인다. 이 영화는 컴퓨터그래픽(CG)으로 63빌딩 옆에 세운 초고층 빌딩과 그곳에서 일어난 화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설경구, 차인표, 김상경, 김인권, 이한위, 송재호 등 배역진도 화려하다. 20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제게는 첫 재난영화예요. 시나리오가 어떻게 표현될지, 사람들의 생존 투쟁은 어떻게 그려질지 참 궁금했어요. CG가 들어간 작품을 별로 안 해봤거든요. 이 영화는 1700커트 전부가 CG예요. 촬영할 때는 CG가 어떨런지 전혀 몰랐지요.”

영화는 1970년대 할리우드 재난 영화 ‘타워링’을 한국버전으로 만든 것. 크리스마스 이브에 열린 화려한 파티에서 인공 눈을 뿌리던 헬기가 빌딩에 추락하면서 화재가 일어나고 아비규환으로 빠져든다. 위험을 감지한 헬기조종사는 거부했지만 빌딩 운영업체 사장(차인표)의 강요로 참사가 발생한다.

“영화의 관건은 CG인데, 내가 봐도 그럴 듯할 만큼 놀라워요. 빌딩과 야경 등이 잘 표현됐어요. 불과 그을음을 마셔가며 촬영한 보람이 있더군요. 촬영할 때는 없던 CG가 들어가니까 마치 다른 옷을 입힌 듯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요. 특히 고층 쌍둥이 빌딩이 세워지고 그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쓰러지는 장면이 뛰어나요.”

극중 흰 옷을 입은 윤희는 화마로 인해 점점 더러워져간다. 세 벌의 흰 옷을 준비해 더러움 정도를 달리해 찍었다고 한다.

“인간의 욕심으로 참사가 빚어지지만 또 인간의 희생정신으로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라 할 수 있어요. 선인과 악인, 부자와 가난한 이가 재난 속에서 동등한 조건으로 생존투쟁을 펼친다는 설정이 인상적이에요. 인간은 재앙 앞에서는 개미에 불과한 존재이지만 힘을 모으면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단하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캐릭터 표현은 다소 아쉬움이 있지만 스피디하게 전개한 이야기는 만족스러워요.”

이번 영화에서 연기는 ‘작업의 정석’ ‘오싹한 연애’ ‘아내가 결혼했다’ 등 멜로 영화들의 연기와는 많이 달랐다고 한다.

“멜로 연기를 할 때는 항상 외로웠어요. 혼자 감정선을 잡아야 했으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외로울 틈이 없더군요. 섬세한 감정선을 잡는 연기가 아니었거든요.”

물 탱크를 폭파해 불을 끄는 장면을 찍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늦가을 추위에 수영장과 야외 수조세트에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저는 늘 좋은 시나리오와 새로운 캐릭터를 찾는데 힘썼어요. 시나리오가 좋다해도 내가 공감하지 못하면 피하게 됩니다. 같은 멜로라도 다른 느낌의 배역을 추구해왔죠.”

가령 지난해 흥행작 ‘오싹한 연애’는 신비스러우며 독특한 느낌의 캐릭터였고, 드라마 ‘개인의 취향’에서는 가장 순수하고 엉뚱한 인물을 맡았다고 한다.

“새롭기만 해서는 안 돼요. 새로움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 있어야 흥행에 성공합니다. ‘오싹한 연애’는 멜로와 공포를 섞었는데 색다른 것을 추구한 제 선택이 관객들에게도 먹히니까 희열을 느꼈어요.”그는 내년 초 미스터리 영화 ‘공범’을 선보인다. 아버지가 유괴범일 수 있다고 의심하는 딸의 이야기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