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대통령선거 투표 출구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1.2%포인트 앞선 것으로 발표된 데 이어 개표에서도 박 후보가 계속 앞서 나가자 야당 성향의 파워 트위터러들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대부분 침묵했다.

출구조사 발표 직후에만 해도 역전을 기대하며 “오늘 대선 결과를 보려면 올빼미족이 돼야 할 것 같다” “6시 번호표를 받았는데 출구조사 나왔다고 그냥 가시면 절대로 안 됩니다” “마지막까지 잘 지켜봐야겠네요. 부정 개표 감시 잘 해야겠네요” 등의 의견이 많았다.

조국 서울대 교수(@patriamea)도 오후 8시15분에 올린 트위트에서 “방송 3사의 17:00 시점 출구조사, YTN과 오마이뉴스의 여론조사 모두 박빙입니다. 절망과 낙관도 금물! 정신차리고 지켜봅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이 확실시된다’는 방송사들의 보도가 9시30분께 나온 뒤에는 일부 파워 트위터러들이 ‘함께 싸운 여러분이 자랑스럽다’는 내용의 트위트를 보내며 위로했다. 조 교수는 밤 10시50분께 “정권교체와 시대교체를 위한 트친(트위터 친구) 여러분의 노력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이만큼 온 것도 여러분 덕입니다. 서로를 위로하며 이겨 나갑시다”라고 썼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다시 5년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게 끔찍하지만, 국민의 선택이니 어쩌겠습니까? 함께 싸워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와 사랑을 드립니다”며 “하지만 저는 여러분들이 자랑스럽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보병들의 활약은 최고였습니다”고 글을 올렸다.

만화가 강풀은 “문재인 지지자 강풀입니다. 여러 많은 분들 많이 애쓰셨습니다. 그리고 지나친 패배의식은 버리자구요. 괜찮아요”라고 트위트를 보냈다. 배우 김여진 씨도 트위터를 통해 “무엇보다 투표율 75%가 기쁘고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모두, 참 수고하셨습니다”고 말했다.

울분을 토로하는 트위트도 적지 않았다. 고종석 작가는 “박정희가 민주주의적 절차로 되돌아왔다. 복권됐다”는 글을 올렸다.

여당 성향의 트위터러들은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의식한 듯 기쁨을 표출하는 트위트는 거의 없었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는 “MB 때의 8%(호남표)는 MB가 전국적으로 600만표 차 압승할 때의 표”라며 “이번의 호남표가 MB 때보다 더 나온다면 박근혜 후보가 김경재, 한화갑 등의 지지를 끌어낸 공로”라고 말하는 등 분석 위주의 트위트를 내보냈다.

한편 이날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는 ‘투표율’이었다. 지난 6일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이후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와 박 후보가 오차범위 이내의 접전을 벌여 투표율이 이번 대선 당락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투표가 끝난 시각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를 보여주는 ‘트위터 트렌드’에서도 투표율인 ‘52.6’(오후 2시) ‘59.3’(오후 3시) ‘70.1’(오후 5시)이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 10위 안에 들었다.

선거운동을 금지한 투표일에 불법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는 공방도 뜨거웠다. 문 캠프 측의 지지 요청 문자 발송과 관련해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발신번호 ‘1219’로 문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문자를 이날 오전에 받았다는 트위트가 ‘문자를 캡처한 화면’과 함께 올라왔다. 한 트위터러(@twitt****)는 “많은 사람에게 발송하면서 자정을 넘길 걸 몰랐다는 건 의도적인 법 무시”라고 비판했다.

민주통합당을 비판하는 트위트가 줄을 잇자 곧바로 “박 후보 측에서도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는 제보성 트위트도 올라왔다.

투표율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이색적인 선물이나 사진을 찍겠다는 ‘투표율 공약’ 트위트도 이날 하루 수천 회씩 리트위트되며 화제를 모았다. 웹툰작가 정다정 씨(@yameyori)의 “투표율이 80% 넘으면 손수 만든 오므라이스 도시락을 주겠다”는 트위트가 3000번 넘게 리트위트됐다. 박원순 서울시장(@wonsoonpark)은 “투표율이 77%를 넘으면 서울광장에서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