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원짜리 바이올린으로 바흐 이어 베토벤 음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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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바이올린 '샛별' 김수연 씨
침머만 20대 때 쓰던 악기…獨 웨스트LB가 무상임대
침머만 20대 때 쓰던 악기…獨 웨스트LB가 무상임대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2009년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로 첫 음반 발매, 2011년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 앨범 발표, 2013년 초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과 두 개의 로망스 앨범 발매 예정….
스물다섯의 나이에 묵직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씨(25). 그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욕심 많고 당찬 성격일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음악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가장 신나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마다 솔리스트답게 좀 더 화려하게, 좀 더 돋보이게 앞으로 나와서 어필하라고 하는 관객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자꾸 오케스트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단원들과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눌 땐 정말 짜릿하죠.”
2009년을 끝으로 콩쿠르 출전을 접고 음반 녹음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바흐와 베토벤 녹음은 20대 때 할 수 있는 용감한 도전”이라며 “나이가 더 들어 꼭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다.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06년 3대 바이올린 콩쿠르로 꼽히는 하노버 바이올린 콩쿠르 정상 등 화려한 경력에 성격도 둥글둥글한 그는 어느 오케스트라든 ‘한 번 연주하면 꼭 다시 초대하는 협연자’가 됐다.
“지난해 뷔르템베르크캄머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음반 녹음 때였어요. 독일에서는 참 드문 일인데 녹음이 다 끝나고 단원들이 갑자기 감동적인 연주였다며 돈을 조금씩 걷어서 ‘김수연 밥 사주기’ 행사가 벌어진 거예요. 밥 먹는 자리에서 ‘앞으로 1년에 한 번씩은 당신과 같이 연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를 ‘볼매(볼수록 매력있는 사람)’라고 부르는 그는 “음악도 사람도 진심으로 대했더니 인복(人福)으로 돌아오더라”고 했다. 열두 살 때 만난 헬게 슬라토 현 뮌스터 음대 학장에게 8년을 공부했고, 러시아계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추마첸코 교수를 사사하며 올 7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올초 추마첸코의 소개로 뮌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끄는 명장 마리스 얀손스에게 오디션을 받기도 했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도 그에겐 특별한 인연이다. 침머만과는 최근 뮌헨에서 트리오 연주를 함께했다. 독일 은행 웨스트LB가 김씨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45억원 상당의 168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침머만이 20대 시절 쓰던 악기다.
“제게 악기를 빌려준 그 은행이 다른 업체에 인수됐는데 다행히 2014년까지 악기 대여 약속이 유효하대요. 9년이나 함께한 1742년산 카밀루스 카밀리는 솜털처럼 부드러워 연주할 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지금 쓰는 악기는 화려하고 명랑해요. 고음에서 정말 반짝반짝 빛나죠.”
그는 올해만 네 번째 한국을 찾았고, 내년 여름에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한다.
“2~3년 전만 해도 외할머니와 친척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한국에 왔지만 문화와 사고방식이 달라 조금 낯설었어요. 올해는 틈을 내서 여행을 다녔더니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스물다섯의 나이에 묵직한 경력을 쌓아가고 있는 재독 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 씨(25). 그를 서울 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욕심 많고 당찬 성격일 것이라는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음악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가장 신나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때마다 솔리스트답게 좀 더 화려하게, 좀 더 돋보이게 앞으로 나와서 어필하라고 하는 관객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자꾸 오케스트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해요. 단원들과 눈을 맞추며 무언의 대화를 나눌 땐 정말 짜릿하죠.”
2009년을 끝으로 콩쿠르 출전을 접고 음반 녹음에 열정을 쏟고 있는 그는 “바흐와 베토벤 녹음은 20대 때 할 수 있는 용감한 도전”이라며 “나이가 더 들어 꼭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다.
2003년 레오폴트 모차르트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 2006년 3대 바이올린 콩쿠르로 꼽히는 하노버 바이올린 콩쿠르 정상 등 화려한 경력에 성격도 둥글둥글한 그는 어느 오케스트라든 ‘한 번 연주하면 꼭 다시 초대하는 협연자’가 됐다.
“지난해 뷔르템베르크캄머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음반 녹음 때였어요. 독일에서는 참 드문 일인데 녹음이 다 끝나고 단원들이 갑자기 감동적인 연주였다며 돈을 조금씩 걷어서 ‘김수연 밥 사주기’ 행사가 벌어진 거예요. 밥 먹는 자리에서 ‘앞으로 1년에 한 번씩은 당신과 같이 연주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스스로를 ‘볼매(볼수록 매력있는 사람)’라고 부르는 그는 “음악도 사람도 진심으로 대했더니 인복(人福)으로 돌아오더라”고 했다. 열두 살 때 만난 헬게 슬라토 현 뮌스터 음대 학장에게 8년을 공부했고, 러시아계 이탈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안나 추마첸코 교수를 사사하며 올 7월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올초 추마첸코의 소개로 뮌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끄는 명장 마리스 얀손스에게 오디션을 받기도 했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프랑크 페터 침머만도 그에겐 특별한 인연이다. 침머만과는 최근 뮌헨에서 트리오 연주를 함께했다. 독일 은행 웨스트LB가 김씨에게 무상으로 빌려준 45억원 상당의 1684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도 침머만이 20대 시절 쓰던 악기다.
“제게 악기를 빌려준 그 은행이 다른 업체에 인수됐는데 다행히 2014년까지 악기 대여 약속이 유효하대요. 9년이나 함께한 1742년산 카밀루스 카밀리는 솜털처럼 부드러워 연주할 때마다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지금 쓰는 악기는 화려하고 명랑해요. 고음에서 정말 반짝반짝 빛나죠.”
그는 올해만 네 번째 한국을 찾았고, 내년 여름에는 대관령국제음악제에 참가한다.
“2~3년 전만 해도 외할머니와 친척들을 만나는 기쁨으로 한국에 왔지만 문화와 사고방식이 달라 조금 낯설었어요. 올해는 틈을 내서 여행을 다녔더니 한국을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됐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