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8일 오후 7시12분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이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동양그룹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오리온 지분 2.67%를 매각한다. 이 이사장은 동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이양구 회장의 부인으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아내인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사장의 어머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 이사장은 보유 중인 오리온 15만9000주를 20일 장 시작 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전량 처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이날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블록딜 주관을 맡은 우리투자증권이 제시한 가격은 이날 종가(103만5000원)보다 2~4% 할인된 주당 99만4000~101만5000원이다. 매각에 성공하면 이 이사장은 1580억~1613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오리온 주식 인수에 많은 국내외 기관들이 참여한 만큼 2% 정도 할인된 수준에서 블록딜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보유 중인 오리온 지분을 동양그룹에 무상 대여했다. 동양그룹이 최근 이 지분을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1080억원까지 빌려쓸 수 있는 일종의 ‘마이너스 대출’ 계좌를 개설한 만큼 블록딜로 마련한 자금은 이 대출금을 갚는 데 우선 사용 할 예정이다.

동양그룹 입장에선 이 이사장이 보유한 오리온 주식을 팔면 주식담보대출을 받을 때보다 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추가로 조달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동양그룹은 이 돈을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등을 상환하는 데 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동양그룹의 회사채 규모는 6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양그룹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알짜회사인 레미콘과 가전 부문을 매각하기로 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