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독일 본 부흥의 영웅’으로 불렸지만 사기 혐의로 독일 현지에서 구속기소된 한국인 사업가 김만기 씨(52)에 대한 재판이 18일 국내에서 열렸다. 독일 법원의 사법공조 요청을 우리 법원이 받아들여 김씨 사건의 증인신문을 국내에서 진행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양석용 판사가 심리하는 재판에서 검찰은 독일 검찰을 대신해 김씨의 회사가 발행한 채권을 인수한 투자회사 전 대표 등 국내 증인 6명을 이날과 20일 양일에 걸쳐 신문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날 김씨의 변호사는 피고인 신분인 김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증인신문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 변호사는 “증인을 독일로 불러 신문해야 하며, 피고인 신분인 김씨의 방어권을 보장하지 않은 재판은 부당하다”며 “그동안 이 사건을 담당해온 독일 변호사가 한국 법정에서 변론할 자격이 없기 때문에 반대신문이 실질적으로 어려워지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양 판사는 “독일 변호사는 증인 반대신문을 서면 등을 통해 할 수 있다”며 재판을 진행했다. 국제형사사법공조법에 따르면 증인신문과 관련된 공조 요청이 들어올 경우 검사는 법원에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 라우쉬 독일 쾰른법원 재판장 등 독일 법원 판사들은 이날 법정에서 방청했다.

김씨는 독일 본 시가 주도하는 구 연방정부·의회 건물을 국제회의장으로 바꾸는 사업과 관련, 2005~2006년 사이 독일 회사와 본 시로부터 사업권 등을 6300만 유로에 편취하고 사업 관련해 3만2000유로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구속기소됐다. 김씨에 대한 독일 법원의 1심 판결은 내년 2월 나올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