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본부가 '성추문 검사' 파문을 일으킨 전모(30) 검사를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17일 불구속 기소했다.

앞서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와 비교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전 검사가 지난달 10일 서울동부지검 내 검사실에서 유사성행위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과 지난달 12일 자신의 자동차와 서울 왕십리의 모텔에서 유사성행위 및 성관계를 한 사실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유지했다.

그러나 두번째 성관계를 가진 날 애초 검사실로 오겠다던 피해여성을 지하철역으로 오게 해 자신의 차에 태운 행위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검사의 직위를 이용해 피해 여성이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행위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권남용과 뇌물수수 혐의를 함께 적용한 근거로 일본 최고재판소의 판례를 들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1985년 절도 사건의 여성 피고인에게 다방으로 나오라고 해 실형이 선고될 수 있다고 말한 다음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판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일본 최고재판소는 판사가 여성 피고인을 다방으로 나오라고 한 부분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를, 성관계를 가진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안병익 대검 감찰1과장은 "이번 사건을 일본 사례와 비슷하게 봤다"며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한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일부에서 제기한 폭행·가혹행위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는 폭행 및 가혹행위의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안병익 감찰1과장은 "성관계 자체를 가혹행위로 보기는 곤란하다"며 "녹취록 내용을 보면 폭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안 과장은 또 "여성 측에 뇌물공여 의사가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며 "대가성은 인정되지만 여성을 처벌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 여성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유지한 채 직권남용 혐의만 추가한 데 대해 여전히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전 검사의 행위에 형식상 가장 적합한 법조항은 '위계에 의한 간음'이지만 이 조항은 친고죄여서 전 검사와 피해여성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합의한 이상 적용이 불가능하다.

또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피해여성이 자발적으로 성을 제공했다는 의미가 돼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검찰은 전 검사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두 번 모두 영장을 기각했다.

뇌물수수 혐의만으로는 처벌이 어렵자 성관계 부분에 대해서는 뇌물수수 혐의를 유지한 채 검사실이 아닌 지하철 역으로 나오라고 한 부분만 따로 떼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으나 이마저도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42·진보정의당) 의원은 "성관계에 부분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를 유지한다면 영장청구 때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국민의 비난 때문에 불기소 할 순 없어 무죄가 나와도 좋다는 식으로 무리한 기소를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피해여성 측도 검찰의 결론을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피해여성 측 변호인 정철승 변호사는 "검찰이 피해여성을 꽃뱀이라고 공식 선언한 것"이라며 "피해여성은 검찰의 처분을 전해듣고 망연자실한 상태"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검사가 직위를 이용해 피해여성을 강간한 것이 실체적 진실이지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면 가해자와 피해자가 불명확한 구도가 된다"며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가리고자 전혀 관계 없는 혐의를 적용했다"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