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저격수’ 역할을 해온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의 전격 사퇴로 16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간 첫 양자 TV토론은 무미건조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토론이 시작되자마자 두 후보는 쟁점마다 치열한 공방을 벌이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상호토론에서 질문자의 1분30초 재반론이 가능해졌고, 10분간 주제 내에서 자유토론 시간이 1, 2차 토론 때와 달리 새로 생긴 것도 토론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두 후보 모두 전날 저녁부터 유세 일정을 비운 채 캠프 참모들과 함께 토론회 준비에 올인했다. 지지율이 박빙인 데다 중도층을 붙잡을 마지막 TV토론 기회였기 때문이다. 두 후보는 사회자를 가운데 두고 책상을 서로 마주한 채 1 대 1 토론을 벌였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의 색깔인 빨간색 양장을 입고 나왔고, 문 후보 역시 민주당 색깔인 녹색 넥타이를 맸다.

사회자가 긴장을 풀기 위해 서로에 대해 덕담을 요청하자 문 후보는 “갑자기 포맷이 바뀌어서 당황스럽지만 박 후보님은 평소부터 잘 아시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잘하실 거 같다”고 하자 사회자가 박 후보를 보며 “웃으세요”라고 했다. 그러자 박 후보는 “그럼 제가 안 웃은 거처럼 되잖아요”라며 “문 후보도 잘하실 것 같다”고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두 후보 간 공방전은 치열해졌다. 두 후보는 열띤 토론 중간에 “잠깐만요”, “그게 아니다”며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토론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자 사회자는 토론 중간 “두 후보 물 한 잔씩 드시고 하시라”며 ‘냉각’을 유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논쟁이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알바 의혹’으로 이어지자 ‘난타전’이 다시 불붙었다. 두 후보는 “사건을 덮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 “왜 피의자를 두둔하느냐”(문 후보), “너무 엉뚱한 말씀을 한다”, “하나도 증거를 못내놓고 있지 않느냐”(박 후보) 등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토론은 네거티브나 인신 공격보다는 정책 중심의 깊이 있는 토론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두 후보 모두 상대방 후보 공약에 대한 허점을 공격하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한 흔적이 역력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