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가 사상 첫 직선제로 내년 초 시행된다고 한다. 놀랍게도 로스쿨 제도를 뜯어고치겠다는 공약들이 넘쳐난다. 로스쿨 외에 변호사 예비시험을 도입하자거나 아예 사법시험을 존치시키겠다고 4명의 후보자 모두가 공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은 다르지만 ‘로스쿨을 무력화시키자’는 취지는 동일하다. 로스쿨 공약만도 아니다. 부동산 거래에도 변호사 일감을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도 난무하고 있다. 최고의 지식인 직업집단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기주의의 한 풍경화다. 정치를 무색케 하는 대중 선거전이 벌어진다는 상황이다.

로스쿨에 대한 공세는 아마도 특권 축소나 시장경쟁에 대한 반발이라고 봐야 마땅할 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올해 1451명의 로스쿨 변호사가 탄생했다. 올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인원(506명)의 세 배에 달하는 새로운 유형의 법조인이 탄생한 것이다. 시장에서 나눠가질 몫이 급감한 데 대한 불안과 불만은 변호사 선발 정원을 연간 1000명으로 제한하겠다는 모 후보의 공약에서도 잘 드러난다.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하지 못하도록 한 것과 같은 유사 직역의 소송대리 금지제도를 굳건히 지키겠다는 것을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어떤 출마자는 부동산을 사고팔 때 일정 규모 이상이면 변호사의 도장을 찍도록 하는 공약도 내놨다. 소수의 인원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적은 조건 하에서 더 많이 벌 수 있는, 자신들만을 위한 법조 환경을 만들겠다는 각오들이다.

불신받는 법조 개혁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어렵다. 서민들을 위한 국가지원의 소송구제제도 확대 등을 언급하긴 했다. 그러나 성공보수 선(先)수령 금지조항 폐지 등 변호사들의 이해와 관련된 공약이 대부분이다. 성(性)검사, 돈판사 문제로 조롱거리가 된 법조계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의지는 찾아보기도 어렵다. 법조 개혁은 시대적 과제의 하나다. 그러나 변호사 대표를 뽑는 선거전에서 이 문제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게 전문직업인 집단의 현주소요 한국 정치가 이다지도 저질인 이유다. 새누리당의 문제는 법조출신이 많은 법조당이기 때문이라는 비아냥이 있었고 지금은 민주당이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