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첫 국무부 장관은 독립선언문을 기초하고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이다. 독립혁명 직후 주 프랑스 미국 대사로 파견됐던 그는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밑에서 1790년부터 1793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한국의 외교통상부 장관에 해당하는 미 국무 장관은 재무, 국방, 법무 장관과 함께 미국 행정부의 ‘빅4’로 불린다. 지난달 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자리를 놓고 한 달 넘게 여야 간 공방전이 벌어진 것도 국무장관의 이런 위상 때문이다.

결국 힐러리 클린턴 현 장관을 이을 새 국무장관은 2004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 맡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수전 라이스 주 유엔 미국 대사를 차기 국무 장관 후보로 점찍어왔다. 하지만 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은 라이스 대사가 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과 관련해 “이슬람을 모독하는 영화 때문에 우발적으로 발생했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임명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라이스 대사는 논란이 지속되자 지난 13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을 국무장관 후보군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1997년 첫 여성 국무장관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이후 15년 동안 지속됐던 여성·흑인 국무장관 시대는 끝나게 됐다.

제퍼슨 이후 200년 넘게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국무 장관 자리는 올브라이트 장관에 이어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 때에는 흑인인 콜린 파월이, 2기에는 흑인 여성인 콘돌리자 라이스가 임명됐다. 오바마 행정부 들어서도 여성인 클린턴 장관이 이어나갔다. 흑인 여성인 라이스 대사의 낙마로 국무장관 자리는 15년 만에 다시 백인 남성에게로 돌아가게 됐다.

백악관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케리 위원장의 장관 임명은 머지 않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클린턴 장관이 지난주 바이러스성 위질환에 이어 14일에는 뇌진탕 증세로 쓰러지는 등 건강에 이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클린턴 측 대변인은 그가 지금은 회복 중이지만 다음주 업무는 자택에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위원장은 30년간 의회에서 외교 전문가로 활동해 인맥이 두터운 게 장점이다. 대북 정책에 있어서는 대화를 중시하는 온건파로 꼽힌다. 하지만 바샤르 알 아사르 시리아 대통령과 가까워 그의 권력 남용을 묵인하는 등 온건적인 태도가 문제를 키워왔다는 비난도 받고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