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산관리시장의 최대 화두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었다. 증시가 박스권 등락을 거듭해 벤치마크 수익률을 좇지 못하는 액티브펀드가 크게 늘어나자, ‘수익률은 낮더라도 안정적인’ 이들 상품으로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린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체들도 다양한 구조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준비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ETF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세

연말부터 내년까지 속속 선보일 중위험·중수익 상품 중에는 상장지수펀드(ETF)에 분산투자해 ‘예금금리+α’의 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동양증권은 중국 본토에 투자하는 ETF 가운데 국내 증시에 상장된 종목과 국내 지수형 ETF를 섞어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연내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본토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매우 낮은 상황이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동양증권은 기대하고 있다.

동부자산운용은 미국에 상장된 하이일드 및 이머징국가채권, 배당주, 우선주 관련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를 내년 1분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투신운용도 이와 비슷한 상품을 지난달 선보였다. 미국에 상장된 하이일드·이머징·투자적격·물가연동채권 관련 ETF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다양한 자산배분형 잇따를 듯

자산배분형펀드라고 하면 주식과 채권에 분산투자하면서 국면에 따라 두 자산의 비중을 조절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내년에는 더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자산배분형펀드들이 등장할 전망이다.

KTB자산운용은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공모주 등에 분산투자해 연 6~8%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자산배분형펀드를 내년 1분기 중 내놓을 계획이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재형저축(재산형성저축) 형태로 출시해 서민들의 세테크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자산운용은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채권혼합형펀드를 연내 선보일 예정이다. 투자금의 50% 이상은 우량채권에 투자하고 30% 이하를 시장평균배당수익률보다 높은 고배당주 위주로 투자할 계획이다. 목표수익률은 연 5~7%다.

◆“내년 증시 너무 낙관해선 안 돼

금융투자업계가 중위험·중수익 상품 개발에 이처럼 힘을 쏟는 데는 내년 증시에 대한 ‘신중론’이 반영돼 있다. 자산운용업계는 “내년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2300~2400까지 갈 것”이라는 증권업계 일각의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허남권 신영증권 전무는 “코스피가 2300까지 간다고 가정하면 코스피를 구성하는 전 종목이 지금부터 그 시점까지 15%씩 상승해야 한다”며 “기업실적 등을 감안할 때 현실화되기 쉽지 않은 예측”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도 “내년 증시는 1800~2200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스피가 1800 근처로 오면 투자비중을 늘리고 2000을 넘어서면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트레이딩 바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