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저성장이 주식시장의 화두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가는 올해보다 오를 겁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14일 열린 ‘2013년 증시 전망 좌담회’에서 내년 국내 증시가 올해보다 나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들은 “증시 전체로 보면 채권 등 안전자산에 쏠려 있던 자금이 유턴하면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조선 철강 화학 등 산업재 업종의 주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사회=올 주식시장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채원 부사장=낮은 변동성 속에 대형주와 중소형주 간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갭 메우기’가 활발히 진행됐다.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준으로 2010년 말 중소형주에 비해 130% 높게 평가받았던 대형주의 프리미엄은 지금은 과거 평균 수준(65%)으로 떨어졌다.

▷최준철 대표=특정 업종과 유형에 대한 확신이 없다 보니 시장 분위기에 뒤늦게 편승하는 흐름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사회=올해 자신이 가장 잘한 결정과 잘못한 결정을 하나씩만 꼽는다면.

▷이 부사장=2000년 4월 삼성전자를 매도한 후 11년 만에 재매수한 게 올해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SK CJ 같은 대형 가치주의 저가 매수 기회를 놓친 건 아쉽다.

▷조윤남 센터장=잘한 것은 5월의 급락과 2분기 주가 조정을 예상한 점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이달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최 대표=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이렇게 잘할지 몰랐다. 저력을 과소평가했다. 교육처럼 정책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을 싸다는 이유로 고집했던 것도 잘못이었다. 상반기 수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가치주 포트폴리오를 고집해 하반기에 성과를 낸 것은 잘한 결정이었다.

▷남동준 본부장=원칙을 지킨 것이 성공 요인이다. 시장의 변화가 아니라 세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돼야 한다.

▷사회=올해 다들 수익률이 좋았는데.

▷최 대표=오해받는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걸 좋아한다. 올해 발굴한 종목 중에 KSS해운이 있다. 해운이라면 보통 컨테이너나 벌크를 나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회사는 액화석유가스(LPG)나 암모니아 가스 같은 특수화물을 운송한다. 모두 해운을 기피할 때 싸게 좋은 종목에 투자할 수 있었다.

▷이 부사장=경기민감주 비중을 진작 낮춰놓았다. 대신 그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중소형 우량주가 상승하면서 올해 15%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사회=내수주가 나을지 경기민감주가 나을지 헷갈리는 시점인 것 같다.

▷남 본부장=그렇게 구분하는 건 이제 큰 의미가 없다. 그 안에서도 잘되는 주식과 안 되는 주식이 갈릴 것이다. 해답은 이익의 질과 이익 창출 구조가 얼마나 안정적인지에 있다.

▷이 부사장=동의한다. 중소형주건 경기민감주건 이제는 실적이 뒷받침되는 종목만 오를 것으로 본다.

▷사회=내년 주식시장의 화두는.

▷이 부사장=성장의 둔화다. 더 이상 팔 우물이 없으니까 이제는 고여 있는 물을 정화시켜 마실 수밖에 없다. 돈 잘 벌고, 곳간에 쌓아 놓은 것(자산)이 많은 종목이 각광받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바이오로 가는 것처럼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기업도 늘어난다. 성장동력을 찾아내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

▷최 대표=같은 생각이다. 다만 이런 환경에서도 성장하는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을 찾아내야 한다. ‘굴뚝산업’은 어려울 것이다. 중국이 옆에 있어 철강 화학 제품을 열심히 만들어 날랐지만 이제 힘들다. 증설로 생산량이 더 늘어났다. 경기가 좋아져도 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 센터장=내년에는 자본재의 의미있는 반등이 있을 것으로 본다. 시장에서 내년 코스피지수가 2200~2300까지 갈 것으로 예상하는데 음식료·제약만으로는 어렵다. 경기민감주가 뭔가를 해야 한다. 또 저성장이라고 시장이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자산수익률은 40~50대 인구와 관련이 깊다. 50대 이상 인구가 늘면서 앞으로 3~4년간 코스피지수는 빠르게 상승할 것이다.

▷이 부사장=맞는 말이다. 성장에 모든 것을 쏟아부을 때는 시장이 오르기 힘들다. 저성장이라고 주가가 빠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사회=채권시장 강세를 어떻게 보는지.

▷이 부사장=과유불급이다. 어떤 자산이든 지나친 쏠림은 경계해야 한다. 지나치게 낮은 금리에 채권을 매입하기보다는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남 본부장=버블로 가고 있다. 채권의 강세는 힘들 것이다.

▷사회=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 강세)가 심상치 않은데.

▷조 센터장=경제의 기초체력과 선진국의 양적완화를 고려하면 원화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 하반기 이후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주의 추가적인 성장에 의심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 대표=지난달 인도네시아에 다녀왔다. 그곳 사람들이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집을 샀다고 자랑하더라. 미국 부동산도 바닥인 것 같다. 그러면 달러화 가치도 강세로 갈 수 있다.

참석자 :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남동준 삼성자산운용 주식본부장,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사회 : 장규호 증권부 차장, 정리=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