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기업, 정부 등 3대 경제주체의 총 부채가 36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정부 빚의 증가세(전년 동기 대비)가 가파른 데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웃돌고 있어 향후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14일 내놓은 ‘3분기 중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3분기 가계, 기업, 정부의 전체 부채규모는 3591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210조1000억원(6.2%)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명목 GDP 1237조1000억원의 3배에 육박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이들 3대 경제 주체의 부채는 2010년 1분기 3000조원을 돌파한 후 2년 만인 올 1분기 3500조원까지 불어났다.

각 주체들의 부채도 일제히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채는 3분기 말 1135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말보다 61조4300억원(5.7%) 증가했다. 이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합한 ‘가계신용’에다 개인사업자와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까지 포함한 것이다.

금융회사를 제외한 기업(비금융법인) 부채는 198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조5600억원(5.2%) 증가했다. 정부 빚은 더 큰 폭으로 늘었다. 정부 부채는 474조5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말보다 50조1200억원(11.8%) 급증했다. 지난해 명목 GDP 증가율(5.4%)의 두 배에 달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부채 규모도 느는 게 당연하지만 명목 GDP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증가세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3분기 말 가계, 기업, 정부의 금융자산은 5179조원이었다. 가계는 2449조9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 말보다 215조5000억원(9.6%) 증가했다. 기업과 정부의 자산은 각각 1781조9000억원, 947조3000억원이었다.

3분기 중 경제주체별 자금운용을 보면 가계의 보험·연금 상품 가입액이 전분기 말보다 24조1000억원 증가했다. 정유성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따라 연금·보험 상품에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입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대신 가계는 주식투자를 줄였다. 주식 및 출자지분 투자액은 5조9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외국인은 3분기 중 주식 및 출자지분 투자를 10조1000억원 확대했다. 정 팀장은 “한국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된 데다 선진국 양적완화로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증시로 유입됐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