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사투끝 北로켓 심야 잔해 인양 성공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잔해를 인양한 청해진함(3천200t)은 14일 정오께 평택 2함대사령부 군항 부두에 도착했다.

함미에 실린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잔해에는 하얀 바탕에 푸른색 `은하' 글씨가 선명했다.

1단 추진체의 상단부 연료통으로 추정되는 이 잔해는 지난 12일 북한의 로켓 발사 때 군산 서방 160㎞ 해상에 떨어졌다.

인양된 잔해는 1단 추진체가 고도 98㎞ 상공에서 분리돼 떨어졌는데도 원형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연료통 안이 비어 있어 해상에 떨어질 때 충격을 흡수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연료통 하단에는 로켓 엔진에 연료를 공급하는 관이 설치됐던 구멍 4개가 뚫려 있다.

2단 추진체와 연결됐던 상단부에는 밸브와 관, 전기선, 전기장치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해군이 북한 로켓기술 연구에 유용한 재료가 될 추진체 잔해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의 로켓 발사 당일 변산반도 서쪽 해상에서 대기하던 세종대왕함이 첨단레이더(SPY-1)로 잔해의 낙하를 식별했기 때문이다.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링스헬기가 출동해 오전 11시7분 낙하지점을 정확히 확인했고, 곧바로 인근에 대기중이던 구축함(KDX-Ⅱ) 최영함이 전속력으로 낙하지점으로 이동한 뒤 고속단정을 보내 잔해를 로프로 묶어 놓았다.

잔해는 발사 당일 오후 4시7분 수심 88m 해저로 가라앉았다.

다음날인 13일 0시35분 소해함이 현장에 도착, 음탐기를 이용해 해저로 가라앉은 1단 추진체 잔해를 찾아냈고 이어 오전 8시12분 현장에 도착한 청해진함은 수중카메라로 잔해에 쓰인 `은하'라는 글자를 확인했다.

본격적인 인양 작업은 잠수 준비를 마친 청해함에 탑승한 해난구조대(SSU) 소속 심해잠수사들이 오후 3시44분부터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해저로 내려가면서 시작됐다.

1차 인양 작업에 투입된 잠수사들은 잔해의 일부가 해저 바닥에 30~50㎝ 정도 파묻힌 것을 확인하고 반대편에 로프를 거는 데까지 성공했으나 강한 조류 때문에 곧바로 인양을 못하고 오후 6시17분 PTC로 복귀해야 했다.

2차 인양작업은 오후 8시40분쯤 재개됐다.

잠수사들은 해저 바닥에 박힌 잔해에 로프를 걸기 위해 손으로 바닥의 펄을 제거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해저의 시계가 0.5m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 작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10시50분이 돼서야 바닥의 펄에 파묻힌 쪽 잔해에 간신히 로프를 걸 수 있었다.

이어 오후 11시부터 인양작업이 시작돼 1시간26분인 이날 00시26분에 1단 추진체 잔해는 청해진함 갑판에 올려졌다.

악조건 속에서 9시간여 소요된 인양 작업이 완료된 것이다.

인양 작전을 지휘한 제55구조군수지원전단장 김진황 대령(해사 40시)은 "수중 시계가 안 좋고 조류가 빨라(시속 0.9~1.3㎞) 작업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통상 야간 인양작업은 하지 않는데 물살이 더 빨라지고 기상조건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 철야 작업을 통해 잔해를 인양했다"고 밝혔다.

청해진함이 평택 2함대로 이송한 1단 추진체 잔해는 이날 오후 충남 대전 소재 국방과학연구소(ADD)로 옮겨진다.

민ㆍ군 합동조사단은 ADD에서 북한 로켓에 사용된 연료와 산화제, 금속재료, 로켓의 구조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평택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