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통신사 과당경쟁 노린 스팸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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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업계는 지금 치킨 게임 중입니다. 가입자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실적경쟁 때문에 이로 인한 피해는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기간통신사 관계자)
13일 서울 서부지검 형사1부는 가입자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인터넷 전화 회선을 개통해준 기간통신사 영업 과장 한모씨 등 4명을 붙잡았다. 이들이 유령법인이나 노숙자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한 불법 인터넷 전화 회선 수만 6만개에 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는 인터넷 전화 개통 시 가입자가 본인이 맞는지, 가입을 실제로 원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개통해준 번호가 스팸 문자를 보내는 데 이용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영업 압박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오는 스팸 문자의 배경에는 실적 압박 때문에 가입자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070 등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준 통신사가 있었던 것.
이렇게 개통된 전화는 곧바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져 스팸 문자를 보내는 데 이용됐다. 한씨가 영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A 텔레콤은 인터넷 전화 4만회선을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개통해준 대가로 회선당 2만7000원, 한 달에 1억6000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 통신사들은 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 결합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는 생략하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현금사은품 30만~50만원씩 주기도 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급전이 필요했던 서민들만 봤다. 번호를 넘겨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당 번호로 대출을 유혹하는 무작위 스팸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서민들은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5억3000만원을 송금했지만 대출을 받지는 못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영업 대리점 간 과당 경쟁으로 인한 것이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서민을 상대로 이뤄지는 범죄 수법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통신사 과당 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통신사들의 과욕이 범죄 조직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어서 갈수록 정교해지는 금융 사기를 막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는 ‘김미영·이은미 팀장’의 문자가 과당 경쟁의 결과였다니 통신사에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분노가 이해도 된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
13일 서울 서부지검 형사1부는 가입자에 대한 확인 절차 없이 인터넷 전화 회선을 개통해준 기간통신사 영업 과장 한모씨 등 4명을 붙잡았다. 이들이 유령법인이나 노숙자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한 불법 인터넷 전화 회선 수만 6만개에 달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통신사는 인터넷 전화 개통 시 가입자가 본인이 맞는지, 가입을 실제로 원하는지 확인할 의무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자신들이 개통해준 번호가 스팸 문자를 보내는 데 이용되는 줄 알고 있었지만 영업 압박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루에도 몇 통씩 날아오는 스팸 문자의 배경에는 실적 압박 때문에 가입자 의사도 확인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070 등 인터넷 전화를 개통해준 통신사가 있었던 것.
이렇게 개통된 전화는 곧바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져 스팸 문자를 보내는 데 이용됐다. 한씨가 영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A 텔레콤은 인터넷 전화 4만회선을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개통해준 대가로 회선당 2만7000원, 한 달에 1억6000만원가량을 벌어들였다. 통신사들은 인터넷전화·인터넷TV(IPTV) 결합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본인 확인 절차는 생략하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현금사은품 30만~50만원씩 주기도 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급전이 필요했던 서민들만 봤다. 번호를 넘겨 받은 보이스피싱 조직은 해당 번호로 대출을 유혹하는 무작위 스팸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서민들은 대출 수수료 명목으로 5억3000만원을 송금했지만 대출을 받지는 못했다.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영업 대리점 간 과당 경쟁으로 인한 것이었다.
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서민을 상대로 이뤄지는 범죄 수법도 하루가 다르게 진화한다. 통신사 과당 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통신사들의 과욕이 범죄 조직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어서 갈수록 정교해지는 금융 사기를 막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오는 ‘김미영·이은미 팀장’의 문자가 과당 경쟁의 결과였다니 통신사에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고 싶다”는 피해자의 분노가 이해도 된다.
김우섭 지식사회부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