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 성분ㆍ로켓 재질ㆍ추진력 등 파악 가능"

북한이 발사한 장거리 로켓 1단 추진체의 연료통으로 추정되는 잔해가 곧 수거될 것으로 보여 북한의 로켓 기술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국방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첫 번째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7천600t급)은 12일 오전 11시29분께 변산반도 서쪽 160㎞ 해상에서 북한 로켓 잔해를 발견했다.

이 잔해는 길이 10m, 지름 1.6m 규모로 1단 로켓 추진체의 연료통으로 추정되고 있다.

잔해에는 'ㄴ'과 '하' 두 글자가 표기되어 있다.

북한이 로켓 동체에 새긴 '은하 3'이란 글자의 일부로 보인다.

세종대왕함은 북한이 1단 로켓 낙하지점으로 예고한 이 해상에 미리 대기했다가 로켓 발사를 가장 먼저 포착한 뒤 로켓 잔해물까지 식별했다.

탑재된 링스헬기를 즉각 띄워 공중에서 잔해를 식별, 인근에서 작전을 펼치던 한국형 구축함인 최영함(4천200t급)에 긴급 연락했다.

최영함은 고속단정(Rib)을 바다로 내려 로켓 잔해로 접근한 뒤 부표가 달린 밧줄을 로켓 잔해에 고정했다.

해군은 구조함인 청해진함(4천300t급)을 투입해 바다에 가라앉은 로켓 잔해를 인양할 계획이다.

1996년에 취역한 잠수함 구조함정인 청해진함은 500m 정도의 심해에서 잠수함을 구조하는 심해잠수정(DSRV)과 최신형 감압챔버 3대를 보유하고 있다.

해난구조대(SSU)라 불리는 심해잠수사들은 낮은 수온에서도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드라이슈트'를 착용하고 잠수사 이송용 캡슐(PTC)을 타고 해저로 내려가게 된다.

PTC는 3명의 잠수사에게 72시간 산소를 공급해 주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SSU는 특수기체를 이용한 포화잠수 실력이 공식기록 150m로 기네스북에도 올라 있을 만큼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작년 7월 추락한 아시아나 화물기의 블랙박스 등을 찾기 위해 투입되기도 했다.

군은 1단 추진체의 연료통으로 보이는 잔해를 회수하면 연료의 성분과 로켓 동체 재질, 1단 로켓 추진체의 추진력 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은 로켓 엔진 연료로 상온저장성 추진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성분은 외부세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1단 로켓 엔진은 노동-B(일명 무수단) 미사일 엔진 4개를 묶었기 때문에 시험발사 없이 실전에 배치된 사거리 3천㎞ 무수단 미사일의 실체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군이 로켓 잔해를 인양하면 북한이 어떤 반응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공해상에 떨어진 물체는 먼저 찾는 쪽에서 점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지만 원소유자가 반환을 요청하면 수거비용을 받는 대신 반환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법조계 일각에서 있다.

하지만 국방부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자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안 1874호'를 위반했기 때문에 반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2009년 6월12일 채택된 1874호는 `Launch of Ballistic Missile(탄도미사일의 발사)는 안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로켓은 적국의 무기로 보고 있으며 국제법상 유엔 결의안 1874호를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