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로켓 기습 발사] 동요 없었던 금융시장  "쏴봐야…" 방산株 하락·개성공단株 상승 기현상
“어 쐈어, 정말?”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 한 펀드매니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코스피지수 1970선 돌파를 보여주는 주가 모니터에 ‘북한, 장거리 로켓 발사’라는 긴급뉴스가 팝업으로 올라왔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바로 3포인트 넘게 밀렸다. 원·달러 환율도 50전가량 뛰었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의 공식 확인과 반응이 나온 후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 펀드매니저도 “언제 쏴도 쏠거라면 이번 발사로 오히려 불확실성이 줄었다”고 해석했다.

◆증시 이틀째 상승

주식시장은 꿋꿋하게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과거 북한 리스크의 증시 영향력이 오래가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0.55% 오른 1975.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0.77% 오른 485.33에 마감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이 전해진 오전 10시께 이후에도 단 한 번도 지수가 하락하지 않은 채 상승세를 이어갔다. 북한 변수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외국인은 이날 21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北 로켓 기습 발사] 동요 없었던 금융시장  "쏴봐야…" 방산株 하락·개성공단株 상승 기현상
방산주인 빅텍(-8.23%)과 스페코(-2.44%), 삼성테크윈(-1.35%), 퍼스텍(-2.10%) 등이 떨어졌고, 대북송전주로 분류되는 비츠로시스(6.73%), 이화전기(4.67%), 선도전기(1.01%) 등은 오르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개성공단주인 태광산업(3.98%)과 로만손(0.31%)도 상승했다.

채권시장도 평일과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국채 3년 선물은 106.02로 전일보다 0.02포인트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미사일 발사에 따른 거래량이나 가격, 매매 주체의 큰 변화도 없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채권시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로켓 발사가 아니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이라고 말했다.

◆원화 값도 강세 행진

북한 로켓 발사는 원화 강세 흐름도 돌려 놓지 못했다. 국내 주식과 채권을 사려는 외국인의 환전용 달러 매물이 꾸준히 나온 데다 수출업체마저 달러를 받는 족족 시장에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상수지 흑자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금융기관들도 안정적인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동요를 최소화했다는 분석이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북한 관련 사건들이 대체로 단기적으로는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이른 시일 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며 “시장이 학습효과에 따라 반응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국제사회에서 북한 관련 문제가 확대되지 않는 한 컨트리 리스크를 키울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 투자자금 국내 유입 강도와 미국 재정절벽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하락 속도를 조절해 나갈 전망이다. 외환당국도 지난 10일 1080원 선이 무너진 이후 또다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는데 주목하며 추가적인 외환시장 조치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신평사도 일조

국제 신용평가사까지 한국 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데 도움을 보탰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는 일제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무디스와 S&P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각각 투자등급 상위 네 번째와 다섯 번째인 ‘Aa3’와 ‘A+’로 부여하고 있다. 무디스는 북한의 로켓 발사와 관련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평가는 기본적으로 변한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S&P도 앞으로 전개될 상황이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북한의 로켓 발사가 한국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고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S&P 관계자는 “한국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질의 재정, 경제·대외 지표를 이미 부분적으로 상쇄시킨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정환/김동욱/조귀동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