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이 판매시설의 2.4배…5년간 지방세 216억원 지원

시설 현대화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서울 '전통시장 정비사업' 후 기존 상인의 재입점률이 5%에 그치는 등 사업이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정비사업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이하 전통시장특별법)에 따라 2016년까지 노후한 전통시장 시설을 정비하고 3천㎡ 이상의 대규모 점포를 포함한 건물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11일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정비사업이 완료된 시내 시장 47곳 중 장안ㆍ보문ㆍ삼양ㆍ도봉ㆍ상계중앙ㆍ성산ㆍ송화ㆍ삼성종합 시장 등 8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기존 상인 재입점률은 평균 5.6%(483명 중 27명 재입점)에 그쳤다.

특히 정비사업을 통해 2011년부터 올해까지 2천500만원의 세금을 감면받은 동대문구 장안시장은 기존 상인 100명 중 재입점 상인이 한 명도 없었다.

재입점률이 가장 높은 강남구 삼성종합시장도 10%(50명 중 5명 재입점)에 불과했다.

전통시장특별법과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시장정비사업 시행자가 사업을 위해 취득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취득세 면제와 5년간 재산세 50% 감면 혜택을 준다.

신축건물에 대해서는 과밀부담금도 50% 감면해준다.

서울시의 최근 5년간 '시장정비사업에 따른 지방세 감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비사업이 완료되거나 진행 중인 40개 시장에 대해 감면해준 지방세는 총 216억8천957억원으로 집계됐다.

1996년부터 올해까지 완료됐거나 추진 중인 74개 시장 중 7곳은 주상복합 등 고층 건물이 들어서 71억8천458만원의 과밀부담금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회 장환진 도시계획관리위원장은 "세금을 감면해주고 용적률, 건폐율 특례로 사업성을 높여준다고 하지만 정비사업을 하면 2~3년 동안 영업을 할 수 없고 건물 신축으로 임대료는 올라 영세상인들은 사실상 재입점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사업이 점포규모는 법정기준(3천㎡)에만 위배되지 않게 최소화하고 공동주택 면적을 최대화하는 쪽으로 이뤄져 사업시행자들에게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표본조사한 8곳을 보면 판매시설 면적은 3만8천986㎡로, 공동주택 면적(총 9만2천306㎡)의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층 주상복합이 빼곡히 들어섬에 따라 일조권과 조망권을 둘러싼 갈등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관계자는 "상인들이 한번 자리를 뜨면 회귀본능이 줄어드는데다 관련 위원회에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임대료 할인, 우선입점권 부여, 법개정 건의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li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