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어는 시대상을 반영한다. 올해도 대중문화계를 중심으로 오늘의 한국 사회를 보여주는 다양한 유행어들이 탄생했다. TV 인기 프로그램이나 유행가에 뿌리를 둔 패러디, ‘멘붕(멘탈붕괴)’처럼 인터넷을 통해 퍼진 단어 등 각양각색의 유행어가 대중의 입에 오르내렸다. 영화계가 호황을 누리면서 영화 대사들이 유행어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가장 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낸 건 KBS 2TV ‘개그콘서트’였다. 지난해에는 사회 풍자를 담은 유행어가 인기를 끈 반면 올해는 말장난과 맥락 없는 개그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갸루상’ 박성호의 ‘~가 아니무니다’와 ‘꺾기도’ 출연진의 ‘감사합니다람쥐~’ ‘안녕하십니까불이~’ 등이 대표적이다. 하반기에는 ‘꽃거지’ 허경환의 ‘궁금하면 500원’이 크게 인기를 끌었다. ‘정여사’ 코너의 ‘브라우니, 물어!’와 ‘비싸도 너무 비싸’도 변화를 거듭하며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올해 ‘개그콘서트’가 배출한 최고의 유행어는 김준현의 ‘고뤠~’였다. ‘비상대책위원회’ 코너에서 군 당국자로 분한 김준현이 무안한 표정과 함께 걸쭉한 목소리로 내뱉는 ‘고뤠~’는 남녀노소 모두의 사랑을 받았다. 기타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tvN ‘코미디 빅리그’의 라이또 팀이 사용한 ‘시르다’와 ‘조으다’가 청소년층과 누리꾼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올해 최고의 유행어 가운데 하나는 영화계에서 탄생했다. 영화 ‘건축학개론’ 납득이 역의 배우 조정석이 영화 초반 지나가듯이 던지는 대사 ‘어떡하지, 너’는 독특한 억양과 어우러지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납득이가 입버릇처럼 하는 ‘납득이 안가, 납득이~’라는 대사도 사랑을 받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살아있네’도 빼놓을 수 없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보스 최영태 역의 하정우가 한 이 말은 영화 흥행과 맞물리며 유행어로 부상했다.

‘강남스타일’ ‘응답하라’ 등 노래와 프로그램 제목 자체가 유행어가 된 사례도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그 중 하나. ‘강남스타일’은 ‘홍대스타일’ ‘전주스타일’ 등 패러디 동영상의 제목으로 시작해 ‘나는 스타일’이란 유행어를 낳았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