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체제 개편 논란이 또다시 뜨겁다. 여야가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정부와 학계에서는 찬반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어제 금융공학회 주최 심포지엄에서 금융감독원을 금융건전성감독원과 영업행위 감시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관장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감독과 소비자 보호 간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 영국, 호주, 네덜란드가 채택한 ‘쌍봉형(twin peaks) 모델’로 가자는 명분이다.

그러나 지난 7일 보험학회 세미나에서는 정반대 주장이 나왔다. 감독체제 전문 컨설팅사인 올리버와이만의 제이컵 후크 총괄부사장은 “감독 기능을 분리하면 기구 간 비협조와 감독 사각지대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네덜란드와 호주에선 그 부작용으로 대규모 사기와 파산이 발생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감독 수장끼리도 의견이 대립한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하드웨어를 바꾼다고 소프트웨어가 바뀌는 게 아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한 반면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 분리가 세계적 추세라는 입장이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금감원의 쌍봉형 개편안을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쌍봉형 모델은 포장은 그럴싸하지만 본질은 자리 투쟁에 다름 아니다. 건전성 감독과 시장 감시의 통합이 나은지, 이원화가 나은지 심도있는 토론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원 신설이 논란의 핵심이다. 쌍봉형 모델은 원래 정부 아닌 중앙은행에 제2의 건전성 감독권을 부여하는 것을 말하는데 한국에서는 정부기구 확대로 둔갑했다. 퇴직 관료들이 갈 자리는 더 생길 것이다. 금융회사들은 상전만 더 늘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지금도 검찰에 감사원까지 숟가락 들고 뛰는 형국이다.

금융감독 체제에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금융위기 예방, 건전한 시장규율 확립, 실효성있는 소비자 보호 등을 밀고 나갈 감독기관의 역량이지 기구나 자리 늘리기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의 조직문화에서 “기관 간에 원활히 협력하면 잘 될 것”이라는 주장은 무지이거나 위선에 가깝다. 감독체제 개편 논의가 1998년 통합 금감원 출범 후 벌써 네 번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설계주의자들이 발호한다. 실로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