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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장난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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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지난 9월 유엔 총회 토론회 도중 반기문 사무총장은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전갈을 받고 회의장 밖으로 급히 나갔다. 하지만 “유엔 총회에 참석하려는데 ‘크레이지 글루(강력 접착제)’로 머리를 빗느라 바쁘다”는 황당한 말이 들리는 게 아닌가. 캐나다 퀘벡시티 라디오 개그맨 마크 안토니 오데트의 장난전화였다.

    2008년에는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오데트의 장난전화에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다. 오데트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 말투로 “언젠가 당신은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자 페일린은 웃으며 “8년 안에 대통령이 될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헬기를 타고 함께 새끼 물개를 사냥하러 가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페일린은 “아주 즐거울 것 같다”고 응대했다. 심지어 오데트가 “우리 집에선 벨기에도 보인다”며 엉뚱한 말을 했는데도 “우린 함께 일해야 할 나라들과 아주 가깝게 있다”고 진지하게 답했다. 장난전화라는 ‘고백’을 듣고 나서야 페일린은 “그럼 내가 속은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진짜 전화’를 장난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08년 공화당 강경파인 로스레티넌 하원의원에게 당선 축하 전화를 걸었으나 로스레티넌은 방송국 장난전화로 오인하고 끊어버렸다. 이어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가 전화를 넣었지만 다시 퇴짜를 맞았다. 민주당 버먼 외교위원장이 “진짜 오바마 전화였다”고 확인해준 뒤에야 로스레티넌은 “무례를 범했다”며 사과했다.

    생전 김수환 추기경은 생일을 맞은 신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축하했다. 어느 날 한 신부에게 “추기경입니다”라고 하자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왔다. “당신이 추기경이면 나는 교황이다.”

    호주 라디오 방송사의 장난전화에 속아 영국 왕자빈의 진료기록을 유출한 영국 간호사의 자살 사건이 파문을 낳고 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목소리를 흉내내 간호사를 속인 후 “세상에서 가장 쉽게 성공한 장난전화”라며 떠벌렸던 진행자들이 퇴출당한 데 이어 해당 방송사에 대한 상업광고도 중단될 모양이다. 호주 정부도 방송 규정 위반 여부 조사에 들어갔다.

    장난전화라면 우리도 할 말이 없다. 112 범죄신고센터로 걸려오는 것만 한 해 1만건을 넘는다. 긴박한 사건이 발생할 때는 큰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달 초에는 1556회나 허위신고를 한 40대 남자가 입건되기도 했다. 민간 콜센터로 걸려오는 저질 장난전화도 부지기수다. 대개 “심심해서”라지만 전화 한 통이 심각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기나 하는 것인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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