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습에 대한 불편한 착각들] 7편. 성인은 영어를 배우기에는 늦었다? 영화 “늑대소년”의 주인공 철수는 나이는 17세 정도이지만 태어난 직후부터 사람들과 격리되어 자라와서 말을 할 줄 모릅니다. 그리고 소녀 순이를 통해 언어를 쓰는 방법과 말하는 방법을 천천히 배우기 시작합니다. 철수처럼 critical period (인간이나 동물의 발달과정에서 특정 능력이나 기술을 발달시킬 수 있는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시기)가 지난 이후에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 어려운 것일까요?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배우는 것도 어려운 것일까요? 방학이 시작될 쯤이면 자주 매체에 등장하는 조기 어학연수 광고에는 critical age 혹은 Critical Period Hypothesis (CPH) 이론을 사용하는 경우 자주 보게 됩니다. CPH는 지난 5편 ‘성인과 어린이. 누가 더 영어습득에 유리한가?’에서도 다룬 내용으로, 특정 연령 (약 만 10~12세) 이후에는 외국어 습득은 어렵다는 가설로 이것은 1970년대 까지도 반박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믿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광고에서는 영어 교육은 빠를수록 좋다고 강조합니다. 그리고 어릴수록 원어민 같은 발음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고도 강조합니다. 그렇다면 어린 아이들의 영어교육에는 장점만 있는 것일까요? 예전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했던 제 경험을 돌이켜 보면 아이들은 종종 한국어와 영어의 사용법을 헷갈려 하곤 했습니다. 아직 모국어를 습득하는 과정 중에 있거나 혹은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영어와 한국어간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어려워하는 것이 그 원인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보죠. 한 어린이의 부모님이 다음 날 아이가 결석할 예정임을 교사에게 알려왔습니다. 그리고 교사는 아이와 내용을 확인하고자 이렇게 묻습니다. 이에 대한 아이의 적절한 대답은 무엇일까요? 가장 자연스러운 대답은 No, I’m not. 입니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고 있는 많은 한국의 어린 학생들은 Yes, I’m not. 이라고 대답합니다. 한국어 문법으로는 옳은 표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영어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때, yes와 not을 함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No, I’m not. 이라고 해야 한다는 설명을 아이들에게 합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다수의 아이들의 반응은 Why? 입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는 한국어는 가능한 데 영어는 왜 안 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물론, 아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추가적인 설명을 하거나 예를 들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그 자체를 외워서 일시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아이들의 proficiency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의 모국어 습득과정 중에서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이들은 언어의 규칙에 대해 이해하는 것 같지만, 또 오류를 범하고, 그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즉시 수정하지만 나중에 같은 오류를 반복하면서 발전해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아이들이 두 개 이상의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믿는 부모님들을 보곤 하는데요. 아이들의 언어는 성인과 달리 아직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고 고려하기에는 단어의 뜻, 사용 방법, 문법 등에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며, 여전히 아이들은 두 언어를 습득하고 있는 과정에 있다고 알려드리곤 합니다. 반면 성인은 어떻습니까? 성인은 이미 모국어를 통해 익힌 언어 지식을 영어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더 효율적으로 배울 수 있고,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점을 쉽게 이해합니다. 또 다른 장점은 motivation이 높다는 것인데요. 부모의 뜻에 의해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과 달리 성인들은 영어를 습득하려는 동기와 목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학습자의 identity, motivation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성인이 되어서도 원어민 같은 수준의 proficiency와 발음을 갖는 사례들이 보고 되었으며, 때문에 학계에서 CPH는 더 이상 예전과 같은 위상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변에서도 성인이 되어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advanced level수준에 다다른 지인들과 수강생들을 자주 보곤 합니다. 이들은 의사소통 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이 좋은 수준의 발음을 갖고 있으며, 유창성도 좋고, 상대의 말에 자연스럽게 대응하기도 합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뚜렷한 목표가 있다는 것인데요, 본인의 업무에 영어가 꼭 필요하거나, 외국어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는 경우, 혹은 해외에서 일하거나 공부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 경우가 대개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공통점은 영화, TV series, 음악, 혹은 영어 강의를 통해 꾸준히 영어를 접했다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이왕 영어 배우는 김에 어릴 때 시작해서 원어민 발음을 익히는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저는 되묻고 싶습니다. 한국인인 우리가 원어민 같은 발음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우리가 한국인으로써 한국어 accent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해야 하는 것일까요? 이제 영어는 영국,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지에서 사용되는 누군가의 모국어라는 인식에서 전세계 공용어라는 인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우리가 반드시 어느 나라의 누구처럼 발음을 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인 혹은 미국인 같은 발음이 아니라 어느 문화권의 사람과도 의사소통 하는데 문제가 없고 상대의 말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언어 사용 능력입니다. 한국경제TV 핫뉴스 ㆍ전기 뱀장어의 힘,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 `눈길` ㆍ中 오래달리기에도 애국심 강조 ㆍ운전 배우는 개들 등장 `가능할까` ㆍ현아 소주 광고, 19금 섹시 댄스 논란! “술은 어른들이 먹는거라지만…” ㆍ전설의 비주얼샷, 정우성 장동건 전지현 ‘예술 작품이 따로 없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