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9일 10대 핵심과제와 119개 약속을 담은 정책 공약집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 국민과의 약속 119’를 발표했다. 정치개혁 분야를 위주로 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공약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그러나 양측 간 이견이 있었던 경제민주화, 외교통일 등 일부 정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합의·조정이 이뤄지지 못한 채 문 후보의 기존 공약이 채택됐다.

문 후보는 10대 과제로 △‘만나바’(만들고 나누고 바꾸고) 일자리 혁명 △상생과 협력의 경제민주화 △복지국가와 성평등 사회 △고강도 정치혁신과 권력개혁 △남북 경제협력과 균형외교를 통한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 개막 △범죄ㆍ재난ㆍ사고 위험으로부터 국민 안전 보장 △미래를 여는 교육 △혁신경제를 통한 신성장동력 확충 및 과학기술ㆍ문화강국 실현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다음 세대를 위한 환경과 농업의 지속가능성 제고 등을 제시했다.

안 전 원장이 강조했던 혁신경제가 문 후보 공약집에 등장한 게 눈에 띈다. 문 후보는 또 안 전 원장의 공약이던 ‘국회의원 정수 축소’와 관련,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 배분을 2 대 1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적극 검토하겠다’는 문구를 명시했다. 문 후보 정치혁신 과제에 포함된 ‘회계감사처의 국회 내 신설’이나 ‘기초단체장의 정당 공천 폐지’ 등도 안 전 원장 공약에서 따온 것들이다.

그러나 안 전 원장이 약속했던 청와대 이전, 계열분리명령제 도입, 재벌개혁위원회 신설 등은 결국 문 후보 공약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안 전 원장이 실효성이 없다며 반대했던 출자총액제한제 부활도 그대로 담았다.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해서도 안 전 원장이 선행조건으로 내세웠던 ‘재발방지 약속’이 명시되지 않았다.

이정우 선대위 경제민주화위원장은 “이번에 발간된 공약집으로 정책 발표가 끝난 게 아니다”며 “안 전 원장과의 정책 연대 등으로 인한 추가 공약을 몇차례 더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각종 공약을 뒷받침하는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안 등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공약 시행에 필요한 재원은 연평균 38조5000억원 규모로 재정ㆍ복지ㆍ조세 개혁 등 3대 개혁을 통해 마련되는 연평균 39조4000억원으로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용섭 선대위 공감1본부장 겸 당 정책위의장은 “39조4000억원 가운데 세금으로 더 걷어 들이는 재원은 전체의 48%에 해당하는 19조원”이라며 “이렇게 되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약 21.6%(현재 19.3%) 내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