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카드업계의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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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좋은 일 하겠다고 추진한 일이었는데 생색도 못 내고 욕만 먹게 생겼습니다.”
카드회사들이 최근 구세군 자선냄비에 신용카드로 기부할 때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나서자 업계 관계자들조차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눔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 졸지에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300여개 주요 지역 자선냄비에 카드를 한 번 긁을 때마다 2000원씩 기부가 되는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디지털 자선냄비’로 불리는 이 사업을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주축의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가 발표했을 당시 여론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카드 사용이 늘면서 지갑에 현금을 많이 넣고 다니지 않아 자선냄비를 지나치는 일이 많은 현실에서 편리하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텄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선냄비에 대한 수수료 부과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카드업계는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을 내려 비난을 자초했다. 카드사들의 인식이 사회 전반의 눈높이와 다르다는 점만 드러내고 말았다. 올해 구세군의 모금 목표액은 50억원이다. 이 돈을 모두 카드 기부로 채운다고 해도 수수료 수입은 기껏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소탐대실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카드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로 업계가 가장 어려운 시절을 맞고 있어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발급 제한 등의 규제조치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한 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한 해 순이익이 2조원에 육박하는 카드업계가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챙겨야 할 절박함은 없다.
카드업계는 해마다 200억원의 거금을 사회공헌에 쓴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다. 디지털 자선냄비 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불법 카드모집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카드파라치’ 제도가 널리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전화 문자메시지로 카드 누적 사용금액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몇 년을 끌어오다 올 9월에야 겨우 시행됐다. 카드업계는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행보에 대한 공감을 확대하고 진정성을 담는 데 더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
카드회사들이 최근 구세군 자선냄비에 신용카드로 기부할 때도 수수료를 받겠다고 나서자 업계 관계자들조차 전형적인 ‘소탐대실’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나눔 문화를 확산시킨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이 졸지에 수익사업으로 변질돼 버렸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는 지난달 30일부터 전국 300여개 주요 지역 자선냄비에 카드를 한 번 긁을 때마다 2000원씩 기부가 되는 단말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디지털 자선냄비’로 불리는 이 사업을 카드사와 여신금융협회 주축의 신용카드사회공헌위원회가 발표했을 당시 여론의 호응이 매우 높았다. 카드 사용이 늘면서 지갑에 현금을 많이 넣고 다니지 않아 자선냄비를 지나치는 일이 많은 현실에서 편리하게 기부에 동참할 수 있는 길을 텄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자선냄비에 대한 수수료 부과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던 카드업계는 결국 팔이 안으로 굽는 결정을 내려 비난을 자초했다. 카드사들의 인식이 사회 전반의 눈높이와 다르다는 점만 드러내고 말았다. 올해 구세군의 모금 목표액은 50억원이다. 이 돈을 모두 카드 기부로 채운다고 해도 수수료 수입은 기껏 수천만원에 불과하다. 소탐대실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카드사들의 입장도 이해는 간다. ‘2003년 카드 대란’ 이후로 업계가 가장 어려운 시절을 맞고 있어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발급 제한 등의 규제조치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게 현실이다. 한 푼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한 해 순이익이 2조원에 육박하는 카드업계가 체면을 구기면서까지 챙겨야 할 절박함은 없다.
카드업계는 해마다 200억원의 거금을 사회공헌에 쓴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이미지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있다. 디지털 자선냄비 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이익에 집착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기 때문이다. 불법 카드모집을 신고하면 보상금을 주는 ‘카드파라치’ 제도가 널리 알려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전화 문자메시지로 카드 누적 사용금액을 알려주는 서비스도 몇 년을 끌어오다 올 9월에야 겨우 시행됐다. 카드업계는 노력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푸념하기에 앞서 자신들의 행보에 대한 공감을 확대하고 진정성을 담는 데 더 신경써야 한다는 생각이다.
박종서 금융부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