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연우 씨(31)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신한은행 예금에 가입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똑같은 스마트폰 상품 중 적금 금리는 연 4.0%인 데 비해 예금 금리는 연 3.26%에 불과해서다. 박씨는 예금과 적금 둘 다 들 계획이었지만, 예금은 포기하고 적금만 새로 들기로 결정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10일부터 판매할 예정인 ‘하나e플러스공동구매적금’의 최고금리를 연 4.2%(3년)로 정했지만 같은 부류의 ‘하나e플러스공동구매예금’은 최고금리가 연 3.25%로 0.95%포인트 낮다.

적금 금리가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시중은행 정기예금 가중평균 금리는 지난 10월 기준 연 3.08%였다. 반면 적금 금리는 연 3.47%다. 적금이 0.39%포인트 금리를 더 주는 셈이다.

금융위기 직후까지만해도 은행들은 예금 금리를 적금 금리보다 높게 쳐줬다. 예금은 자산가들이 1000만원 이상의 뭉칫돈을 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적금은 월 20만~30만원의 소액 고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2008년 평균 정기예금 금리는 연 5.67%로 정기적금(연 4.83%)보다 훨씬 높았다.

이후 예금과 적금 금리는 엎치락뒤치락하다 올 들어서부터 적금 금리가 꾸준히 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는 형국이다. 풍부한 유동성이 예·적금 금리 역전현상의 1차 원인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받더라도 돈을 굴릴 곳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이자를 높게 쳐 주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적금 고객 중에 신규고객이 많고, 주거래 통장개설 유도가 쉽다는 점도 거론된다. 적금계좌는 매달 돈을 이체하기 때문에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연결계좌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예대마진이 감소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은행마다 연 1% 미만의 낮은 금리를 주는 수시입출금통장 계좌를 늘리려 하는데, 적금 고객이 새 입출금통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또 적금은 만기가 길다보니 고객의 충성도가 오랫동안 유지되고 영업점 방문 빈도도 잦다. 예금 고객은 만기가 돼야 은행에 들르지만 적금 고객은 수시방문이 많다. 이럴 경우 펀드·보험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교차판매(cross-selling)’를 시도할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장기자금을 운용할 곳이 없어 덩치 큰 예금보다 수십만원짜리 소액 적금 유치가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상은/김일규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