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 도움받아 소파 앉아" BBC 방송 지적
양국 11개 협력협정 체결..시리아 사태 해법에 이견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몇 개월 동안의 외국 방문 중단 끝에 터키 방문에 나섰으나 건강 이상설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고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동안 건강 이상설에 휩싸였던 푸틴 대통령은 하루 전 터키 이스탄불을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제3차 러-터키 고위급 협력위원회에 참석하는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 러-터키, 시리아 사태 해법 등에서 이견 = 러-터키 고위급 협력위원회는 지난 2009년 8월 터키를 방문한 푸틴 당시 총리가 제안해 설치된 뒤 2010년 5월 첫 회의를 열었다.

위원회는 양국의 정치ㆍ외교, 통상ㆍ경제 및 문화ㆍ인적 분야 교류 협력 프로젝트 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에르도안 총리와의 회담에서 양국 협력 방안 및 국제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협력 관계 발전과 관련 두 정상은 올해 35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러시아와 터키 간 교역 규모를 조만간 1천억 달러까지 늘리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은 또 에너지, 금융 분야 등을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11개의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시리아 사태 등을 비롯한 국제현안에선 입장이 엇갈렸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 사태 해법과 관련 공통의 입장에 이르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푸틴은 그러면서 러시아는 시리아 지도부의 변호인이 아니지만 리비아 사태의 실수가 시리아에서도 반복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서방 정책의 실패 사례로 지난 9월 리비아 벵가지에서 일어난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을 언급하며 "서방이 지원했던 바로 그 사람들이 미국 대사를 살해하는 비극적 사건을 일으키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라고 물었다.

푸틴은 이어 터키가 시리아의 공습에 대비해 시리아와의 국경 지대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패트리엇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선 "터키 정부와 국민의 우려를 이해하지만 추가적 전력 배치는 상황을 해결하기 보다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지난 10월 시리아에서 날아온 포탄으로 터키 주민이 숨진 사태는 우연이었다며 내전 상태에 있는 시리아는 현재 이웃국가를 공격할 형편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 푸틴, 건강이상설 잠재우는데 실패 = BBC는 이날 양국 정상회담은 회담 내용 못지않게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에 관심이 쏠렸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그러면서 그동안 푸틴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온 크렘린의 여러 차례에 걸친 발표에도 푸틴이 에르도안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건강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회담장 사진을 근거로 푸틴이 심한 허리 통증 때문에 에르도안 총리의 도움을 받아 소파에 앉아야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허리 통증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는 그간의 언론보도를 뒷받침하는 장면이었다는 것이다.

러시아 현지에선 앞서 10월과 11월로 잡혔던 푸틴 대통령의 외국 방문 일정들이 잇따라 연기되면서 그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추측이 무성하게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이 서둘러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의 심한 허리 디스크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상태이며 이 때문에 외국 방문 일정을 잇따라 연기했다는 언론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특히 푸틴이 지난 9월 극동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허리를 약간 구부린 채 불편하게 걷는 모습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디스크 와병설이 힘을 얻었다.

크렘린 공보실은 그러나 이같은 언론 보도를 강하게 부인하며 푸틴 대통령이 평소 해오던 유도 대련 훈련을 하다가 근육이 늘어나면서 가벼운 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의 잇따른 외국 방문 일정 연기는 좀 더 철저한 준비를 하거나 다른 외국 방문과의 일정을 조정해야 할 필요성 등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최근 푸틴과 가까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이 평소 즐기는 유도 대련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를 들어 메치려다 척추 부상을 입어 거동이 불편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뒤이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도 12월로 잡혔던 자신의 방러 일정이 푸틴 대통령의 건강 문제 때문에 연기됐다며 푸틴이 등(척추) 부상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혀 크렘린궁과 외교적 갈등을 겪기도 했다.

◇ 외무장관도 손목 부러지는 부상 = 한편 푸틴의 터키 방문을 수행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현지에서 손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고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터키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숙소인 호텔에서 넘어져 손목뼈가 부러지는 바람에 현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깁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