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무역, 달러로 결제 안해도 된다
한국과 중국 무역업체들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64조원(약 3600억위안)의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을 수출입 결제에 쓸 수 있게 된다. 이 자금을 활용하면 국내 수입기업은 위안화로 수입대금을 결제하고 수출기업은 원화로 수출대금을 받을 수 있다. 양국 간 자국 통화의 무역결제가 활성화되면 기업의 환위험과 거래비용이 줄어들고 양국 통화의 국제화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달러화 결제 탈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는 국내 수입업체의 대중국 위안화 결제 및 중국 수입업체의 원화 결제를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4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한·중 통화스와프 자금의 중국 내 원화 대출에 제약이 없도록 관련 신고의무를 면제하는 내용의 외국환관리거래 규정을 5일 개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한·중 간 교역 규모는 2200억달러로 이 중 95%의 결제가 달러로 이뤄졌다. 상대방 통화인 위안화나 원화의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데다 환전에 따른 거래비용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은은 중국 인민은행이 통화스와프 자금으로 예치한 위안화를 국내 기업에 공급해 수입 거래에서 결제 대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한은이 직접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어 그 사이에는 국내 은행이 중간다리 역할을 맡는다. 은행은 한은과 ‘통화스와프 자금 외화대출 기본 약정’을 체결하고 3개월 또는 6개월 만기로 위안화를 대출받는다. 이자는 연 3% 중반인 중국 상하이시장 단기금리다. 만기가 끝나 국내 수입업체가 위안화 대출 원리금을 갚으면 은행은 이 돈을 한은에 상환한다. 거꾸로 중국 인민은행도 한은이 예치한 원화를 중국 은행에 대출해 중국 기업의 원화 결제 대금으로 공급한다.

은호성 한은 국제금융안정팀장은 “통화스와프는 교역 촉진뿐 아니라 금융시장 안정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3600억위안을 모두 무역결제 대금으로 쓰는 것은 아니고 수요가 많을 경우 통화스와프 규모 자체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화스와프 상설화 기대

이번 제도 개편은 향후 원화와 위안화를 국제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은 팀장은 “그동안 한·중 간 급속한 교역 증대에도 원화나 위안화 결제는 매우 부진했다”며 “양국 통화의 국제적 활용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국 간 자국 통화를 통한 결제가 늘어날 경우 한·중 통화스와프가 사실상 상설화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만기는 2015년 10월까지다. 또 이 제도가 정착하면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도 자국 통화를 사용해 무역결제를 지원하는 제도를 추진할 수 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위안화 결제 비중이 높아지면 달러 의존도를 낮춰 금융위기 같은 비상 상황에서 대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유무형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 수출업체의 경우 달러 대신 원화로 대금을 받기 때문에 환율 변동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또 수입업체는 위안화 조달원이 은행뿐 아니라 통화스와프 자금까지 확대되고 이로 인해 이자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다만 기업들이 어느 정도 활용할지가 문제다. 양국 간 교역 구조상 중간재 수출이 많아 제 3국으로 완제품 수출 시 달러 결제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원·위안 외환시장이 없는 점도 양국 통화의 무역 결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