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제로의 경기상황에서도 1500여억원을 투자해 국내외 공장을 신증설하는 회사가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에 운전석 모듈의 핵심 부품인 크래시 패드와 플라스틱 내외장재 부품을 공급하는 동국실업 얘기다. 현재 울산과 경주 아산 평택 등 국내 4개 공장과 중국 장쑤성에 염성 동국공장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울산공장에 150억원을 투자, 연산 50만대 규모의 크래시 패드 생산공장 건설에 나선 데 이어 아산공장에는 600억원을 들여 크래시 패드와 도장라인 설비를 모듈화 생산하는 최신 시설을 건립 중이다. 중국 장쑤성 염성공장에는 200억원을 들여 기존 1,2공장 옆에 2만㎡의 공장부지를 추가 확보해 3공장을 신축하고 있다. 기존 공장을 합하면 전체 공장규모만 16만㎡에 크래시 패드 생산규모는 연산 80여만대를 넘어선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도 500억원을 들여 연산 30만대 생산규모의 크래시 패드 생산공장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주력 제품인 크래시 패드는 운전대와 계기판, 오디오, 라디오, 에어컨, 수납구 등의 모든 자동차 내부장치는 물론 전자부품을 설치하는 운전석 핵심 모듈이다.

동국실업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현재 13%에 이르는 크래시 패드 국내시장 점유율을 3년 내에 배 이상 늘린다는 구상이다.

그렇지만 대기업도 아닌 중견기업이 한 해 평균 5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박효상 동국실업 사장(사진)은 이에 대해 “1등 제품은 없어서 못 팔고 2등 제품은 있어도 안 산다”며 “글로벌 차량용 플라스틱 경량화 부품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 사장이 이렇게 자신하는데는 그동안의 성과가 배경이다. 그는 1996년 자동차부품업에 뛰어든 뒤 11년 만인 2007년 진출한 중국공장에서 13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이 2010년 700억원, 지난해 1300억원 등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데서 큰 힘을 받았다. 또 지난 16년 동안 플라스틱 소재 개발에 한우물을 판 덕분에 경량화 기술에 대한 상당한 노하우와 기술력을 쌓았다고 자신하고 있다. 190도로 뜨겁게 가열된 플라스틱 원액을 사출기 안에 넣어 마치 쿠키를 구워내듯 110초에 한 대의 크래시 패드 원형을 생산하는 기술과 플라스틱에 호스를 삽입, 공기를 불어넣어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블로 공법 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출 성형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크래시 패드뿐만 아니라 물품보관함인 글로브 박스, 엔진 및 에어컨 히터의 공기이동통로, 라디에이터 온도 상승시 강제 냉각하는 리저버탱크, 성에 제거장치 등 플라스틱으로 만든 생산제품만 무려 500여종이 넘고, 국산차량의 경량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다양한 부품을 생산해도 불량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박 사장은 “차량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약 3%, 가속 성능은 약 8% 향상된다”면서 “경량화 소재 개발을 통해 향후 5년 내 매출 1조원의 글로벌 부품사로 탈바꿈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