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엄마 걱정 -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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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엄마 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얼마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시라, 어머니께 지나가듯 말하고 서둘러 끊었습니다. 며칠을 정신 없이 보내고 새 휴대폰을 개통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걸려 조심조심 눌렀을 문자. ‘이 핸드폰은 저의 아들 것 입니다. 습득 하신 분은 연락 주시면 제가 사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찡했을까요. 내가 ‘저의 아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조차 잊고 사는 무심함이 민망해서였을까요.
가끔 조용히 엄마 손잡고 걷는 열 살 즈음 소년을 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이제 곧 장성해 그 손을 놓을 것만 같아서. 우리 왜 이제는, 숙제하며 엄마 기다리는 소년이 아닐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 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얼마 전 휴대폰을 잃어버렸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도 걱정하지 마시라, 어머니께 지나가듯 말하고 서둘러 끊었습니다. 며칠을 정신 없이 보내고 새 휴대폰을 개통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어머니의 문자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걸려 조심조심 눌렀을 문자. ‘이 핸드폰은 저의 아들 것 입니다. 습득 하신 분은 연락 주시면 제가 사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찡했을까요. 내가 ‘저의 아들’이라는 당연한 사실조차 잊고 사는 무심함이 민망해서였을까요.
가끔 조용히 엄마 손잡고 걷는 열 살 즈음 소년을 보면 가슴이 아립니다. 이제 곧 장성해 그 손을 놓을 것만 같아서. 우리 왜 이제는, 숙제하며 엄마 기다리는 소년이 아닐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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