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은 각 사업소장이 승진 대상을 사장에게 직접 추천하는 추천승격제를 폐지하고 근무평점 등 계량화된 점수로 승진 여부를 판단하는 승격포인트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또 원전 안전성과 직결되는 핵심 부품 자재의 구매 권한을 지역원자력본부에서 본사로 이관하기로 했다.

한수원은 지난 1일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조직쇄신 및 구매프로세스 혁신 워크숍’을 갖고 이런 내용의 혁신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나온 대책들은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현장 업무에 적용될 예정이다. 한수원이 자체 쇄신 대책을 마련한 것은 올 들어 고리 1호기 정전 은폐사건, 납품비리 및 위조부품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폐쇄적 인사 제도를 과감히 손질하기로 했다. 각 사업소장이 전체 승진예정 인원의 30%를 선발해왔던 추천승격제는 그동안 중간 간부들의 ‘줄서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추천승격제를 없애는 대신 각 개인의 성과 및 역량을 중심으로 승격 포인트를 계량화해 점수대로 승진시키기로 했다. 승격 심사 때는 외부 인사도 참여시켜 공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김균섭 한수원 사장(사진)은 “직원들이 과도한 승진경쟁에 몰입하기보다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승격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납품업체와의 유착으로 발생할 수 있는 납품비리 근절을 위해 구매 규격서 작성 및 견적 접수 등을 수행하는 별도 조직도 신설키로 했다. 원전 안전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Q·A등급) 구매는 본사가 총괄하기로 했다. 최근 문제가 됐던 품질검증서의 위조 가능성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 품질검증기관이나 원 제작사에서 품질검증 서류를 직접 접수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현재의 위기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기본과 원칙이 준수되는 정직한 기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