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3년 만에 재개된 KB금융컵 제11회 한·일여자프로골프 국가대항전(총상금 6150만엔)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은 2일 부산 기장군 베이사이드GC(파72·6345야드)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싱글 스트로크 매치플레이에서 5승3무4패로 승점 13점을 추가해 23-1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역대 전적에서 6승2무3패가 됐다.

한국이 전날 포섬(두 선수가 한 개의 볼을 번갈아 침) 3경기와 포볼(두 선수가 각자 볼로 플레이한 뒤 좋은 스코어 채택) 3경기에서 10-2로 압승을 거두면서 이날 얼마나 큰 점수차로 이길지가 관심사였다.

한국은 세계 랭킹 ‘톱10’에 든 4명이 출전하는 등 최강의 라인업을 구축한 반면 일본은 자국 투어 상위권자를 내세웠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지는 일본은 승부보다 한 수 배운다는 자세로 임했다. 일본 선수단은 첫날 참패에도 불구하고 저녁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삼겹살을 먹으며 식사를 즐기기도 했다.

이날 초반에는 일본의 반격이 매서웠다. 모기 히로미(35)가 이보미(24·정관장)를 69타 대 71타로 누른 데 이어 바바 유카리(30)는 ‘캡틴’ 한희원(34·KB금융그룹)에게 72-73으로 1타차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일본 상금왕 전미정(30·진로재팬)은 이세리 미호코(27)와 나란히 68타를 기록해 비겼다. 한·일전 역대 전적 8승2패를 자랑하는 요코미네 사쿠라(27)는 한국 상금왕 김하늘(24·비씨카드)을 67-69로 꺾으며 ‘한국팀 킬러’의 본색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자영(21·넵스)은 시종일관 우위를 점하다가 마지막 홀에서 하토리 마유(24)가 버디를 잡는 바람에 69타 동타를 기록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게다가 71타를 친 양희영(23·KB금융그룹)이 68타를 기록한 오오에 가오리(22)에게 잡히면서 순식간에 승부는 12-12 원점 상태가 됐다.

그러나 한국팀은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허윤경(22·현대스위스)이 모리타 리카코(22)에게 68-72로 4타차 완승을 거두며 한국은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허윤경은 9번홀(파5)에서 2온 뒤 2m 이글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양수진(21·넵스)은 와카바야시 마이코(24)와 71타로 무승부를 이뤘다.

한국은 마지막 4개조에 톱 랭커들을 포진시켜 배수진을 쳤고 예상은 적중했다. ‘에이스’ 박인비(24)가 류 리쓰코(25)를 71-73으로 누른 데 이어 유소연(22·한화)이 요시다 유미코(25)를 71-73으로 이기면서 19-13으로 남은 2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나연은 목부상으로 티오프 직전 경기를 포기한 사이키 미키(28) 대신 나온 일본 통산 50승의 ‘살아있는 전설’ 후도 유리(36)를 73-78로 제압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신지애(24·미래에셋)는 보기 없이 버디 4개를 낚으며 이글 2개(보기 2개)를 기록한 나리타 미스즈(20)를 68-70으로 꺾었다.

한희원은 “선수들이 이길 것이라고 굳게 믿었고 너무 잘해 줘서 승리를 거둔 것 같다. 일본에서 뛰고 있는 동갑내기 이지희와 의견을 많이 나누고 조편성 등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했다”고 말했다. MVP에 선정된 박인비는 “모든 선수를 대신해서 받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선수들끼리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은 1인당 300만엔(3900만원)을, 일본은 150만엔(1950만원)을 각각 받았다. 이틀간 모두 승리를 거둔 박인비 최나연 신지애 유소연 등 4명은 50만엔(650만원)씩을 추가로 받았다. 박인비는 기자단 투표에서 MVP로 뽑혀 100만엔(1300만원)을 더 받아 가장 많은 총 450만엔(585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첫날 4500명(주최 측 집계)에 이어 이날 비가 내리는 속에서도 6200명의 갤러리들이 대회장을 찾았다.

부산=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