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모네…크리스털로 빛나는 색채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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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부터 한경갤러리서 아트상품 크리스털 판화전
샤갈 클림트 칸딘스키 등 10여명 작품 30여점 선봬
샤갈 클림트 칸딘스키 등 10여명 작품 30여점 선봬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1888~1889년작)은 무한한 우주의 신비를 담은 묵시론적인 그림이다. 밤하늘이 마력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아를 강변을 비춘다. 연인의 속삭임도 별빛 야광을 바른 듯 번쩍인다.
이 그림을 비롯해 클로드 모네, 조르주 쇠라, 황금빛 색채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추상화의 선구자 파울 클레, 마르크 샤갈, 바실리 칸딘스키 등 미술 거장들의 크리스털 판화 작품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경갤러리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로비에서 3일부터 16일까지 마련하는 ‘미술 거장들의 숨결-아트 상품 크리스털 판화’전에는 해외 유명 작가 10여명의 작품 30여점이 걸린다.
크리스털 판화는 종이를 재료로 하는 기존의 판화와 달리 크리스털(일명 파카글라스)이라는 특수유리에 제작된 그림이다. 작품에 나타나는 질감이 섬세하고, 색감이 생생히 살아나며 변색될 우려가 없어 영구보존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한국미술센터(대표 이일영)가 최근 미국 아트컴퍼니 ‘올포스트’와 판매 계약을 맺고 국내에 처음 소개했다. 가격이 비싸 작품 소장을 망설였던 컬렉터들에겐 소액으로 작품을 사 집안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수 있는 기회다. 첫선을 보이는 전시의 뜻을 담아 작품별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 균등하게 제작 원가인 점당 30만원에 판매한다.
출품작들은 인상주의부터 사실주의, 추상화까지 미국과 유럽 미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도시를 나는 연인, 화사한 색채로 덮인 자연, 꽃비가 내리는 듯한 수련, 자연의 미감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 많다.
고흐의 걸작 ‘아를 포롬 공장의 카페 테라스’ ‘해바라기’ ‘삼나무가 있는 밀밭’ 등 10여점이 크리스털 판화로 관람객을 맞는다. 고흐는 돈이 없어 모델을 구하기 어려웠던 탓에 정물화를 많이 그렸다. 화병에 꽂혀 있는 열두 송이의 해바라기를 그린 작품은 화려한 색채화 기법으로 표현했기 때문에 초월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빛의 화가’로 불리는 모네(1840~1926)의 예술의 결정체이자 ‘인상주의의 성서’란 평가를 받는 ‘수련’도 걸린다. ‘수련’ 시리즈는 모네가 평생 남긴 2000여점의 유화 중 200여점을 차지할 정도로 그가 애정을 갖고 매달린 작품이다. 초기 원근법과 빛을 활용한 인상주의 기법으로 시작된 ‘수련’은 점차 원근법을 무시하게 되고, 추상화풍으로 변한다. 1908년작 ‘수련 연못’은 시각적인 감동을 유발하는 세련된 조형미에 빛과 대기가 어우러져 깊이를 더한다.
‘색채의 마술사’ 샤갈(1887~1985년)의 500억원대 그림 ‘도시 위에서’도 나온다. 힘찬 붓질과 원색의 강렬한 대비를 통해 도시와 사랑의 조화를 묘사한 풍경이 흥미롭다. 황금빛 에로티시즘 회화로 유명한 클림트의 작품 ‘생명의 나무’ ‘비치나무의 숲’도 선보인다. 1909년작 ‘나무의 삶’은 생명력이 넘치는 황금색 나무를 여체로 형상화해 생동적인 에로티시즘을 녹여냈다.
스위스 추상화가 클레(1879~1940)의 1920년대 걸작도 여러 점 소개된다.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몬드리안 등과 같은 시기에 활동한 클레는 이들과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어느 화파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독자적인 화풍을 개척했던 화가다. 이번 전시에는 강렬한 색채와 선, 몽환적인 분위기의 1928년작 ‘선원 신밧드’, 1922년작 ‘붉은 풍선’ 등이 관심을 끈다.
점묘화가 쇠라의 ‘그랑드 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러시아 미술가 칸딘스키의 추상화, 일본 판화(우키요에)의 거장 가쓰시카 호쿠사이 작품에서는 작가 특유의 재치와 순수함을 엿볼 수 있다. 이일영 한국미술센터 대표는 “다양하고 개성적인 색채가 돋보이는 거장들의 크리스털 작품을 통해 생생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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