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시장 한파 … IB업계, 실적 부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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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공개(IPO)시장에서 최대어인 포스코특수강에 이어 삼보E&C마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했다. IPO 시장 침체와 부진한 업황 전망 여파로 공모가가 기대 수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IPO 시장에 한파가 불면서 투자은행(IB)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삼보E&C 상장 철회…"공모가 싸도 너무 싸"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특수강과 삼보E&C는 확정 공모가가 희망 가격을 크게 밑돌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두 회사는 지난달 28~29일 이틀간 최종 공모가액 결정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30일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포스코특수강은 당초 포스코그룹의 재무구조 개선과 베트남 신공장 자금 마련 등을 위해 연내 상장 의지를 피력했으나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희망 가격 하단을 밑돌아 결국 상장을 중단했다.
회사 측은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면서 "제반 여건을 고려해 매출주주와 공동대표 주관사, 공동 주관사의 동의 아래 잔여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재공모 추진 여부는 향후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IB 업계 관계자는 "당초 시장에선 공모 희망가액 하단인 2만8000원 아래에서 공모가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으나 기관들이 제시한 공모가격이 2만 원에도 못 미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계획이었던 희성그룹 산하 토목건설업체인 삼보E&C도 연내 상장을 포기했다. 건설주에 대한 부진한 투자심리를 이기지 못하고 희망가가 공모가가 하단 1만원 아래서 결정됐기 때문.
삼보E&C는 "최종 공모가액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으나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웠다" 며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모주 대어들 잇따라 '잠수'…올 공모 작년 4분의 1 수준
올 들어 기대를 모으던 대어급 공모주들이 잇따라 상장을 연기하는 등 IPO 시장의 투자심리가 경색되고 있다.
공모 규모가 1조5000억 원대에 달해 기대를 모았던 현대오일뱅크는 부진한 정유주 추이 등의 여파로 상장예비심사 단계에서 상장 결정을 철회했다. LG실트론도 연내 상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올해 가장 큰 공모 규모(2932억 원)를 기록한 CJ헬로비전도 증시에 입성했으나 대규모 일반공모 청약 미달 사태를 맞은 바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유가 및 코스닥 시장에 신규 상장한 회사는 26개(재상장 재외)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65개 상장사가 신규 상장한 데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 들어 상장사들의 공모자금은 9566억 원으로 지난해(3조7577억 원)의 25.4%에 불과하다.
IB업계에선 내년에 SK루브리컨츠와 현대로템 등의 대기업이 상장할 계획이지만 IPO 시장 회복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으로 진단했다.
올 하반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도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투자가들의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진 상황에서 IPO 시장의 투자심리도 뚜렷하게 호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울한 IPO 시장…증권사 ECM 부서 '기근'
IPO 시장 혹한에 증권사 주식자본시장(ECM) 담당 부서들은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상장 철회 기업들이 잇따라 그동안 공들인 업무에 대한 대가를 지급받지 못한 증권사들이 늘어났다. 향후 시장 흐름이 개선될 가능성도 크지 않은 상황. 통상 IPO 업무를 맡은 주관사들은 해당 기업이 상장한 뒤 공모자금의 일정 비율을 성공보수로 받게 된다.
올해 상장을 철회한 기업의 재무 담당 임원은 "주관사와 상장 성공 시 보수 지급을 조건으로 업무를 추진해왔다" 면서 "향후 상장 추진 시에도 해당 증권사와 함께 업무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계약서로 명시된 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IPO 시장 관계자는 "상장 추진 과정에서 법무법인과 로펌 이용 비용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기업이 상장을 철회하면 헛수고를 할 뿐만 아니라 비용을 청구할 수 없어 해당부서에서는 적자를 보게되는 셈" 이라며 "내년에도 기업 실적 악화 전망 등을 고려하면 얼어붙은 시장 심리가 활성화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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