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감찰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검찰이 충격에 휩싸였다. 특히 30일 한상대 검찰총장이 내놓을 검찰개혁안 및 대국민 사과 내용을 놓고 한 총장과 최재경 대검 중수부장 간 알력이 감찰의 배경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걷잡을 수 없는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분위기다.

◆중수부 폐지·수뇌부 사퇴 놓고 내홍

사태의 발단은 최 부장이 김광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에게 조언한다며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낸 것에서 비롯됐다. 최 부장은 “언론에 강하게 대응하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장과 김 검사는 같은 대구 출신으로 서울법대 81학번 동기생이자 친구 사이다. 그런데 이것이 화근이 됐다. 대검 감찰본부가 이를 확인하면서 “품위를 손상시켰다”며 최 부장에 대한 전격 감찰에 나선 것이다.

논란은 최 부장이 다른 데서 감찰의 원인을 찾고 있다는 점이다. 최 부장은 28일 감찰이 언론에 알려진 뒤 해명자료를 내고 “언론보도 이전 시점에 개인적으로 조언한 것일 뿐이고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총장이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으며, 특임검사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밝혔다. 총장이 돌연 감찰에 착수한 배경이 석연찮다는 반발이다.

최 부장은 한발 더 나아가 대검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방안을 놓고 한 총장과 의견 충돌이 있었음을 공개했다. 그는 “이번 검사수뢰사건, 성추문사건 이후 총장 진퇴문제 등 검찰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 총장과)의견대립이 있었고, 그것이 오늘의 감찰조사 착수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감찰조사를 승복할 수 없고, 향후 부당한 조치에는 굴하지 않고 적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한 총장과 최 부장이 최근 일련의 검사 비리 사태로 티격태격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문제는 한 총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둘이 기싸움을 했는데 한 총장이 절대 사퇴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까지 벌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항간에는 최 부장이 사표를 제출하려고 했는데 이를 눈치챈 한 총장이 선수를 쳤다는 얘기도 나돈다. 결국 한 총장이 대검 중수부 폐지 등 검찰개혁 방안에 반기를 든 중수부장을 내쳤다는 분석이다.

◆대검중수부 폐지 신호탄 되나

대검 중수부 존치론자인 최 부장 감찰사태로 대검 중수부 폐지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선 검사들도 “대검 중수부 폐지 말고 성난 민심을 가라앉힐 방안이 있겠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1981년 4월 출범한 이래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 부정축재사건(1995년), 불법대선자금 사건(2003년), 박연차 게이트(2009년) 등 대형사건을 처리한 성과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수시로 폐지론이 제기돼왔다. 이 밖에 일반 시민들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기소배심제 및 상설 특검제 도입,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신설 등도 개혁방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한 총장 사퇴 촉구 거세져

대국민 사과문에서 한 총장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불과 20일 앞두고 불법선거 감시를 총괄지휘해야 할 검찰수장을 교체해선 안 된다는 여론도 만만찮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28일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한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를 가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 검사, 성추행 검사 등 국민적 개혁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를 묵과할 수 없다”며 “검찰은 스스로 자정능력을 상실했으며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병일/장성호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