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을 정식으로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ISD에 따른 국제 중재 절차를 밟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론스타는 한국 정부가 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을 위반했다며 국제 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제소했다. ICSID는 미국 워싱턴DC에 있다.

론스타는 국제 중재 신청서에서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취했고, 론스타에 부당하게 과세해 결과적으로 수십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긴 악연’ 국제소송으로 비화

론스타의 제소로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시작된 한국 정부와 론스타 간 질긴 악연은 결국 국제중재재판으로 비화됐다. 이에 따라 양측은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 여부와 론스타에 대한 과세 적법성 등을 놓고 앞으로 3~4년간 지루한 법적 다툼을 벌이게 됐다.

론스타는 BIT에 근거해 제기한 이번 소송에서 외환은행의 지분을 매각하려 할 때마다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 수십억달러의 손해를 입었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론스타는 손해액을 향후 재판 과정에서 명시하겠다고 했지만, 손해액으로 최소 2조원을 주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한국 정부는 보고 있다.

론스타는 과거 국민은행, HSBC와 추진했던 외환은행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못한 것은 한국 정부의 승인 지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2006년 5월 국민은행에 외환은행 지분을 6조3346억원, 이어 2007년 9월엔 HSBC에 5조9376억원에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이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 등을 들어 인수 승인을 1년 가까이 미루면서 투자금 회수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결국 지난 2월 하나금융과 3조9156억원에 계약을 체결해 결과적으로 2조원 이상 손해를 입었다는 논리를 대고 있다.

◆정부 “론스타 주장 인정못해”

정부는 론스타의 ISD 국제 중재 신청과 관련, 론스타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지난 5월 론스타가 중재 제기 의향을 밝힌 이후 관련 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비해왔다”며 “중재 재판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론스타의 국내 투자와 관련해 국내법, 국제법규, 조약에 따라 투명하고 차별이 없도록 업무를 처리했다고 덧붙였다.

매각 지연과 과세 등 론스타가 주장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향후 ICSID에서 진행될 국제 중재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반박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과세 문제와 관련, 벨기에에 소재한 론스타의 자회사는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인 만큼 이중과세방지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국세청의 과세는 적법한 것이었다는 얘기다.

론스타의 정식 제소로 ICSID는 중재 재판 절차를 곧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재 재판이 결정되면 한국 정부와 론스타는 중재재판관 선정 작업을 벌이게 된다. 중재재판관은 양측에서 1명씩 추천하고, 양측이 동의한 제3의 인물이 의장 역할을 맡는다.

변론 과정은 비공개로 진행되며, 중재 재판의 결론이 나려면 통상 3~4년이 걸린다.

한편 정부 안팎에선 론스타가 펀드 투자자들의 소송을 피하기 위해 한국 정부를 국제 중재 소송에 끌어들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ISD

investor-state dispute. 투자자·국가간 소송. 해외투자자가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에 의해 부당한 피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를 배상받는 제도. 소송이 정부의 공공정책 기능을 저해하고 강대국에 유리한 중재 결과가 도출될 것이란 우려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류시훈/이상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