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유가가 크게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라크 원유 생산량이 사상 최대치에 이르는 등 원유 공급이 수요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씨티글로벌마켓은 19일(현지시간) 상품 전망 보고서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이 내년 배럴당 99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영국 런던석유거래소(ICE)에서 거래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111.70달러)에 비해 11%가량 낮은 수준이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공급 증가다. 에드워드 모스 씨티 애널리스트는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파괴된 정제시설이 대부분 복구돼 내년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이라크산 원유 공급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에너지 붐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원유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는 2008년 말부터 2010년 초까지 서방국과 러시아, 중국 등의 주요 석유업체들과 공급계약을 맺고 시설 복구와 새로운 유전 개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올해 이란을 제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가 됐다.

씨티는 내년 이라크가 하루 평균 43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생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러시아 카자흐스탄 멕시코 브라질 등 OPEC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도 원유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했다.

공급은 급속히 늘어나는 반면 수요 증가세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의 여파로 선진국 경제는 물론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성장세도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OPEC과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내년 세계 석유 수요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OPEC은 이달 초 석유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예상치를 지난달보다 1만배럴 적은 하루 77만배럴로 제시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