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高 강풍'에 '엔低 태풍'] 엔화 5% 하락할 때 원화 값 4% 올라…전자·車 수출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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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로 동조화 깨져…정부도 개입 부담
원·엔 환율 5% 하락하면 수출 최대 3%감소
원·엔 환율 5% 하락하면 수출 최대 3%감소
원화와 엔화의 엇갈리는 행보가 심상찮다. 원화 강세 하나도 부담스러운데 수출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엔화의 약세까지 겹쳤다. 이는 그동안 크고 작은 고비를 수출확대로 돌파해왔던 우리 경제의 위기극복 탄력이 약화될 가능성을 예고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재정절벽 협상과 유럽 재정위기 진행 상황 등에 따라 양국의 환율이 출렁일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원화 강세-엔화 약세 현상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화-엔화 동조화 깨졌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화와 엔화 간 동조화가 깨진 건 미국 일본 등의 양적완화 때문이다. 미국이 지난 9월13일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128원40전에서 20일 1082원20전으로 4.09% 하락했다. 일본도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국채 등 자산매입기금 매입한도를 늘리기로 하면서 엔화는 약세를 보였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9월13일 77.48엔에서 81.26엔으로 4.88% 상승했다. 원화가 가파른 강세를 보이는 사이 엔화는 약세로 돌아선 것이다.
최근 엔화 약세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위원은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가 일본은행의 무제한 돈 살포를 주문하고 나서면서 엔화 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3분기 일본 경제가 전기 대비 -0.9% 성장한 데다 무역수지 적자도 확대되고 있어 엔화 가치는 더 떨어질 전망이다. 전 연구위원은 이에 따라 엔·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달러당 85엔 선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유로존 재정위기와 미국의 재정절벽 등의 진행 상황에 따라 엔화 가치가 재차 상승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 경우 원화는 위험자산 회피로 인해 다시 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수출 기업 부담 가중
과거 원·엔 환율 흐름을 볼 때 100엔당 1300원 선만 유지된다면 감내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소비 침체와 수출 감소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엔저 현상이 가속화될 경우 국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5% 하락할 경우 연간 수출액은 최고 3.0%까지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한국기업의 수출 채산성 악화가 이어질 경우 수출잠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 조선 등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업종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지난해 일본보다 경쟁 우위로 올라선 한국 전자업계도 가격경쟁력 약화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단기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설 수 있겠지만 너무 자주하기는 부담스럽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선진국이 한국의 환율조작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도 ‘환율 전쟁’ 속에 기준금리를 내려 원화 강세 속도 조절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처럼 물가상승에 따른 부담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서민 체감물가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서민물가 안정을 내세우고 있어 정부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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