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불카드 수수료를 법으로 제한하면 소비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카드를 발급하는 은행들이 수익 감소를 이유로 직불카드의 각종 혜택을 없애면서 소비자들이 줄줄이 신용카드로 갈아타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3위 밴사업자인 뱅크카드서비스의 패트릭 홍 사장은 9일(현지시간) 시장기능을 무시한 법 제정으로 소비자들이 오히려 손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법은 도드-프랭크법으로 불리는 금융개혁법이다. 금융개혁법은 작년 10월부터 직불카드 정산수수료를 결제 1건당 21센트에 거래금액 대비 0.05%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다. 홍 사장은 “고객이 100달러를 카드로 썼을 때 신용카드는 1달러24센트를 받는데 직불카드는 고작 27센트를 받으니 어느 은행이 카드를 발급하려고 하겠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미 은행들은 직불카드 발급을 꺼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윌셔대로에 있는 체이크뱅크의 한 지점에서 직불카드를 신청하자 포인트가 많이 쌓이는 신용카드를 권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직불카드 대신 신용카드 영업에만 주력하고 있다. LA 근교 아울렛에서 만난 제임스 로빈스 씨(43)는 “은행들이 직불카드의 혜택을 줄이고 있어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예전에는 무료로 제공했던 서비스에 수수료를 매기는 곳도 있다.

이에 맞서 가맹점들은 오히려 수수료를 더 낮춰줘야 한다며 청문회 개최를 요구하는 등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비판 기사를 앞다퉈 내놓는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직불카드 비중이 20%를 넘을 정도로 활성화된 시장이었는데 잘못된 법으로 시장이 줄어들고 소비자 편익이 줄어드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며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으로 카드 수수료율을 규제하게 된 한국도 미국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세밀한 후속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