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앞에 앉으면 환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에게 영화가 쌀로 밥을 짓는 것이라면 그림 작업은 남은 밥으로 술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해요.”(탤런트 하정우)

“전 가수활동을 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마치 일기를 쓰듯 그립니다. 그림 속에 무의식적으로 묘사된 대상들이 저를 치료하기도 하고요.”(가수 리사)

그림과 사진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연예계 스타들의 미술 잔치가 오는 17~2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2층에서 열린다. 국내외 작가 500여명이 참여하는 그림 장터 ‘서울컨템포러리 아트스타 페스티벌(SCAF)’의 특별전 ‘스타 아트의 오감’전에 가수 남궁옥분 김재경 리사, 탤런트 김애경 하정우 지진희 김민서 김영호, 개그맨 임혁필, 전방위 아티스트 낸시랭 등 연예인 10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가수와 연기자 생활을 하며 틈틈이 그린 그림과 사진 작품 30~40점을 선보인다. 팝아트부터 추상화, 인물화, 풍경화, 사진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림·사진 등 순수 예술 영역의 취미를 가진 스타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지난 4월 홍콩호텔아트페어에 참가해 기량을 과시한 영화배우 하정우는 자신의 영화 속 역할에 대한 이미지와 심리상태를 담은 회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는 액션 배우의 카리스마를 그대로 반영하듯 거칠고 자유로운 인물화를 내놓는다. 인물의 표정에 희로애락을 드로잉처럼 묘사한 독특한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밴디트’ ‘대장금’ ‘헤드윅’ ‘광화문연가’ 등 인기 뮤지컬의 주연으로 열연한 30대 가수 리사는 최근 작업한 색면 추상 ‘목소리’시리즈와 트럼펫을 섬세하게 그린 작품 등 3~4점을 건다. 칸딘스키와 샤갈의 화풍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리사는 화려한 원색을 사용한 색면 추상화부터 사실적인 악기 그림, 필선이 돋보인 인물 스케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2005년에는 ‘삼청미술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탤런트 김애경은 서울오픈아트페어, 작은그림 미술축제 등에 참여하며 꾸준히 산작을 선보여왔다. 구스타프 클림트 화풍을 추구하는 그는 황금색 질감이 도드라진 누드화 ‘제니스’와 ‘다나에 & 페르세우스’ 등을 들고 나온다.

인기 걸그룹 레인보우의 리더 김재경 역시 놀라운 그림 솜씨를 뽐낸다. 그는 지난달 존 레논으로 분장한 탁재훈의 특징을 완벽하게 살린 인물화를 방송에 공개해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전시에는 여배우의 얼굴을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린 인물 시리즈를 내놓는다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에서 이성계로 열연하고 있는 탤런트 지진희와 배우 김영호는 사진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출신인 지씨는 전시장에 덩그렇게 놓여있는 안락 의자를 포착한 사진 작업으로 관람객들을 만난다. 또 김씨는 틈틈이 찍어온 풍경과 일상을 담은 사진을 선보인다. 지난달 자신의 트위터에 강아지 피파를 그려 그림 실력을 뽐낸 젊은 여배우 김민서도 영화에서 그림으로 소통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린 자화상을 내보인다.

예술가로서 전시 경력을 쌓으며 대중과 함께한 낸시랭의 팝아트, 그림 전시회까지 열 정도의 숨은 실력을 갖춘 개그맨 임혁필의 ‘대장로봇’ 시리즈, 남궁옥분의 시적 여운이 담긴 서화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하현정 아트앤에셋 대표는 “스타들의 다양한 예술 참여로 미술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자신만의 예술혼으로 세상을 담아내는 멀티 엔터테이너들의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