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2기의 미국] G2 경제 마찰 심화…위안화, 글로벌 시장서 달러 위협

(3)·끝 ( 외교정책 )

中, 무역결제 10% 위안화로…美 "위안화 변동폭 확대해야"

“지구가 화성과 무역을 시작하는 날이 되면 달러화가 세계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해보겠다.”

미국 중앙은행(Fed) 국제금융국장을 지낸 네이선 시츠 시티그룹 국제경제팀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가진 인터뷰에서 “달러화는 기축통화로서 지위가 여전히 확고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최소한 아시아에서는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지위로 올라선 중국의 경제력이 급상승하면서 중국 위안화가 빠르게 달러를 대체하고 있다. 이런 통화 역학관계는 환율전쟁, 무역마찰과 맞물려 양국 간 경제 갈등의 골을 깊게 한다.

HSBC는 9일 올 상반기 중국 무역결제 중 10%가 위안화 결제였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결제는 2015년 중국 총 무역액의 3분의 1까지 확대돼 약 2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달러화의 기축통화 위상은 흔들리고 있다. 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양적완화로 달러를 계속 풀고 있는 데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문제까지 겹쳐 시장 신뢰를 잃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양국 간 갈등은 최근 위안화 움직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최근 8일 연속 가격제한폭인 1%까지 치솟았다. 달러당 6.24위안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의 위안화 고시가격은 지난달 26일 달러당 6.3010위안에서 9일 6.3012위안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있지만 2주 동안 고시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가 시장가치를 반영하도록 중국이 위안화 변동폭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리강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7일 “위안화 가치는 현재 균형 수준에 도달했고, 위안화 변동폭도 지금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못박았다. 중국은 수출 부진 등을 우려해 위안화 절상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국 간 무역분쟁도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에서 2021억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내는 등 해마다 막대한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은 8일 중국 태양광 패널 제품에 최고 250%의 반덤핑 관세를 물렸다. 이를 포함해 올 들어서만 중국 제품에 다섯 번의 반덤핑 조치를 취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미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시진핑 부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공정무역을 주장하자 “미국이 경제 문제를 정치 문제화해 양국 관계를 해치지 말아야 한다”고 맞받았다. 양국의 경제적 마찰이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