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회동 후 양 캠프에서 단일화 협상 실무를 책임질 대표단의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무진 협상 후 대선 후보가 마주 앉았던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때와 달리 이번에는 최고 수뇌부 회동 후 실무진 미팅이라는 ‘톱다운’ 방식의 성격을 띠고 있다. 또 단일화 방식이 주요 의제였던 2002년과 달리 이번에는 정치쇄신안부터 정책 합의까지 다뤄야 하는 관계로 실무협상팀도 이전보다 훨씬 커질 가능성이 크다.

2002년 당시 노 후보 측에서는 1차 협상단 대표로 이해찬 현 민주당 대표가 나가 협상을 타결했으나 여론조사 설문조항 유출로 합의안이 파기되자 신계륜 김한길 의원이 2차 협상단을 이끌었다. 정 후보 측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1, 2차 협상을 총괄했다.

문, 안 후보가 각각 누구를 대표로 내세우느냐가 협상의 방향성을 읽을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 모두의 신뢰를 확보한 인사 가운데 협상 능력을 갖춘 선대위 인사가 유력하다.

문 후보 측에서는 김부겸 박영선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이 협상 대표로 거론된다. 김 위원장은 안 후보와도 직접 만나 정치쇄신 방안을 논의한 바 있어 안 후보 측도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한 편이다. 이 위원장은 당내 중도파인 김근태계 대표 기수로 야권단일화 협상의 산파 역할을 맡는 등 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박 위원장은 계파색이 없고 캠프 내에서 정책 조율 총괄역을 맡고 있는 등 정무와 정책을 모두 파악하고 있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된다.

반면 안 후보 측은 단일화협상 진용은 캠프 내 ‘매파’와 ‘비둘기파’ 기용 여부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다. 3명의 선대본부장 가운데 박선숙, 송호창 본부장은 단일화에 방점을 둔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박 본부장은 문 후보 캠프의 박영선 선대위원장과 18대 국회에서 ‘박 자매’로 불릴 정도로 가까운 사이고, 송 의원도 단일화를 명분으로 탈당한 만큼 단일화 성사에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반면 한나라당 출신의 김성식 본부장과 금태섭 상황실장은 한때 안 후보의 ‘독자 대선 완주’에 무게를 두는 등 캠프 내에서 ‘매파’로 분류된다.

안 후보가 이들 가운데 누구를 협상대표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단일화 협상의 긴장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문, 안 후보가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고 양측 협상단이 실무를 뒷받침하는 단일화 협상으로 진행될 경우 비둘기파의 기용이 유력하지만 단일화 방법론을 놓고 샅바싸움이 전개되면 매파가 협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