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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짱 토론] 비대해지는 관료 견제력 약화 '정치 밉다고' 확…진정성 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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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는 우리 국회의원 규모를 200석으로, 즉 현재의 300석에서 100석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후에 국회의원 100석 축소 주장은 국회의원 기득권 타파의 한 사례로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아직도 그 주장은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가 국회의원 100석 축소 주장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분명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안 후보의 주장을 듣고 매우 당황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 국회의원 수가 적다는 것이 관련 학자들 사이의 공론인데, 왜 그런 돌출적인 주장이 나왔는지 의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배경을 이리저리 알아보고 생각해보았는데, 아마도 그런 결정에 기성 정치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반감을 가진 국민에게 영합하고자 했던 의도가 작용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회의원 200석 주장은 우리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우선 우리 국회의원 수는 1948년 제헌국회 당시 200명이었고, 민주화 직후인 1988년에야 비로소 299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규모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1948년 당시 우리 인구가 2000만명이었는데 인구가 5000만명에 이르고 한층 복잡해진 지금의 사회 상황을 감안한다면, 300명의 국회의원 수는 결코 많지 않다.


    인구규모 비슷한 英·佛, 우리보다 약 2배 많아

    다음으로 안 후보는 우리 국회의원 수가 많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의 국회의원 1인당 인구수가 우리보다 많다는 것, 다시 말해 미국과 일본의 국회의원 수가 우리보다 적다는 사례를 들었다. 그러나 인구가 각각 3억명과 1억2000만명이나 되는 미국과 일본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다. 더구나 안 후보는 그 통계에서 미국과 일본의 상원의원 수는 계산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이 아니라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유럽 사례들을 보면 우리 국회의원 수가 얼마나 적은지 드러난다. 인구가 6000만명 정도인 영국과 프랑스의 의원 수는 각각 659명, 577명이며, 인구가 5800만명인 이탈리아는 630명이다. 인구가 4000만명 정도인 스페인의 경우도 350명이나 된다.

    편 안 후보는 국회의원 규모를 200명으로 축소해도 일은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연 타당한 주장인가. 독일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막스 베버(Max Weber)는 근대 사회의 피할 수 없는 경향으로 ‘관료화’를 지적했다. 근대 사회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그 복잡한 사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관료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관료제가 점차 거대해지는 것은 불가피한데, 그 관료제는 누가 견제하고 감시한단 말인가.

    국회의 필요성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3권분립 하에서 대통령과 행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이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이 바로 정당과 국회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을 200석으로 했을 때, 국회가 대통령의 자의적인 통치와 행정부의 방대한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국회의원이 300명인 지금도 각 의원들이 자신의 소관사항이 아닌 다른 사안에 대해 얼마나 알고 토론과 투표에 임하는지는 의문이다.

    국회 쇄신과 관련해 정작 중요한 문제는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이다. 국회 쇄신과 관련해 더욱 중요한 문제는 국회와 의원들의 불필요한 특권을 줄이고 국회를 싸우지 않는 국회,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국회로 만드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그 방안으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가 제시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치 축소될 경우 관료·기업 등이 혜택

    우선 국회의원 기득권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특혜를 줄이는 한편 국회의원의 이해와 충돌하는 문제들에 대해 시민 참여와 감시를 증대시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전직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적 연금제도의 폐지, 영리 목적의 국회의원 겸임 금지,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실제적인 독립기구화, 국회의원 윤리 심사의 대폭 강화와 시민 참여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다음으로 몸싸움, 날치기 등 갈등과 대립의 국회를 대화와 타협의 국회로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대통령의 국회 존중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당을 일방적으로 동원할 때 여야 갈등은 첨예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둘째 여야 대립은 첨예한 쟁점사안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쟁점사안에 대해서는 사전협의제나 비쟁점 사안 우선 처리 등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반적으로 정치쇄신에 대한 안 후보의 기본적인 방향은 정치 축소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정치가 축소될 경우 그 혜택은 누구에게 돌아갈까. 아마도 그 혜택은 대통령과 관료들에게, 그리고 시장의 지배자인 재벌이나 기업들에 돌아갈 것이다. 그래도 그들을 제어하는 것이 국민의 위임을 받은 정치인데, 그 정치가 힘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올바른 정치쇄신의 방향이 아니다.

    대안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어야 한다. 정치가 밉다고, 국회의원이 보기 싫다고 의원 수를 확 줄여버리는 식의 대안은 우리 정치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태도가 아니다. 안철수 캠프에서는 국회의원 200석으로의 축소 주장에 대해 일반 대중들의 70%가 찬성했다고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일일 수 있을까.

    대통령 후보의 약속은 당선 시 그것이 실제 집행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우리 정치와 민주주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강한 책임감을 수반해야 한다. 따라서 안 후보가 제안한 국회의원 100석 축소 주장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연세대 행정학과 △고려대 대학원 정치학 석·박사 △생활정치연구소 소장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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