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술 등 비밀주의와 연관…기본 인권 무참히 말살
악마를 찾아서
팀 부처 지음 / 임종기 옮김 / 에이도스 / 358쪽 / 1만6000원
몬로비아를 나오는 도로상에 있는 검문소는 아주 끔찍했다. 차도를 가로질러 사람의 장기가 줄줄이 매달려 있는가 하면, 다른 검문소에는 한 마리 원숭이가 삶과 죽음을 결정지었다. 원숭이가 건드리는 사람은 살해당했던 것이다.
피난을 가는 민간인들도 안전하지 못했다. 가나의 평화유지군이 라이베리아에 배치된 데 몹시 분개한 테일러의 무장세력은 가난한 주민들을 공격했다. 흉악한 짓은 흉악한 짓으로, 잔혹한 짓은 잔혹한 짓으로, 보복은 보복으로 이어졌다.
《악마를 찾아서:암흑의 땅 서아프리카의 비극 그리고 비밀사회》는 영국 데일리텔레그래프지의 종군 기자로 20년간 활약했던 팀 부처의 눈에 비친 서아프리카의 모습이다. 쿠데타와 반쿠데타, 내전, 소년병, 블러드 다이아몬드, 정령숭배와 비밀사회, 잔혹한 제의와 살인으로 대변되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땅 서아프리카의 삶과 역사, 참상을 파헤치기 위해 저자는 직접 탐사여행을 떠났다. 1935년 서아프리카를 탐험했던 영국의 대문호 그레이엄 그린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에라리온, 미국 해방노예들이 건설한 흑인공화국 라이베리아, 마지막으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기니를 관통하는 탐사여행에서 저자는 이들 나라를 피폐하게 만든 내전의 참상,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는 비밀사회의 실체를 파헤친다. 서아프리카의 역사와 인류학적 관철, 원주민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서아프리카 비밀사회에는 ‘악마’가 존재한다. 마법 가면과 복장을 통해 특별한 힘을 갖게 되는 불가사의한 존재로, 인간 세계와 영적 세계를 아우르며 부족 전통의 수호자 역할을 했다. 이들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숲 속 외딴 지역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통과의례 학교인 입문 비밀사회를 조직하는 일. 남자 집단은 보통 ‘포로(Poro)’라 알려져 있고, 여자 집단은 시에라리온에서는 ‘분두(Bundu)’로, 라이베리아에선 ‘산데(Sande)’로 불린다.
숲 속 비밀사회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 학교를 거치는 과정은 성인이 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학생들은 사냥하는 기술, 숲에서 약재 성분이 있는 풀이나 나무를 찾아내는 법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과 노인에 대한 예절, 선조의 영혼 숭배를 통해 힘을 얻는 마법도 배운다. 부모와 편안한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이 비밀사회는 악마의 근본적은 통제 아래 엄격한 규율에 의한 생활을 한다. 입문의식의 전 과정은 강한 심령술과 여러 단계의 비밀주의로 가득 차 있다.
여성 성기절제 ‘할례’는 ‘분두’ 입문식을 하는 모든 소녀들이 수백년간 거쳐온 아주 오래된 수술. 소독되지 않은 칼로 더러운 환경에서 할례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이 목숨을 잃고 삶이 파괴되며 오랜 세월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엄격한 위계질서, 침묵의 규율, 잔혹한 입문식을 지켜본 저자는 “비밀사회는 공동 생활을 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공동체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반면 개인의 성공을 용납하지 않고 정령숭배에 기초한 잔혹한 제의 살인, 국가 권력을 넘어선 비밀사회의 막강한 권력이 서아프리카의 비극적 상황을 낳는 데 한몫했다고 해석한다.
정글에서 길을 잃고 떠돌다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사건, 동행하던 친구의 죽음, 해충으로부터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 살해 위협에서 목숨을 건진 일화 등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서아프리카 탐험을 “전쟁 같은 길”이었다고 표현한다. 더위와 습기에 온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고, 땅 위로 튀어나온 나무뿌리와 덩굴에 칭칭 감겨 발을 내딛기도 힘겨운 데다 오두막마다 우글거리는 쥐와 동침해야 했던 것.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이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고에도 그가 정글로 떠난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서아프리카의 심장부에서 이들의 악마를 이해하기 위해서….’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