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 발전전략 좌담회] "車·반도체도 화학 소재가 경쟁력…獨·日처럼 강소기업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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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생산 규모 세계 6위
선진국 첨단기술 中·중동 물량공세에 맞서야
경쟁력 더 높이려면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육성…R&D 투자·우수인재 확충을
선진국 첨단기술 中·중동 물량공세에 맞서야
경쟁력 더 높이려면
고부가가치 정밀화학 육성…R&D 투자·우수인재 확충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주력산업의 바탕이 화학입니다. 기반 없는 성장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화학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난달 31일 ‘화학의 날’을 맞아 한국화학연구원 주최로 한국 화학산업의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내다보는 ‘화학산업 발전전략’ 좌담회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원천기술 확보에서 앞선 독일과 일본, 대규모 증설로 물량 공세를 퍼붓는 중국과 중동 등 변하는 시장 환경과 위협 요인에 맞서 화학산업이 가야할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이날 좌담회엔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 원장, 김창로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 남기만 지식경제부 주력산업정책관, 정광춘 한국공업화학회 회장(잉크테크 대표)이 참석했고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사회를 봤다.
▶정구학 부국장=화학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과 기여도는 어느 정도인가.
▶남기만 정책관=지난해 기준 한국 화학산업 생산규모는 세계 6위다. 국내 제조업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이 넘고 수출 1위 산업이기도 하다. 자동차, 전자, 섬유 등 주력사업에 소재를 공급하는 핵심 기초산업으로서 앞으로도 한국 산업 경쟁력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정 부국장=그럼에도 여전히 에너지소비 산업, 환경문제 유발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다.
▶정광춘 회장=화학산업 발전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지만 부작용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화재나 폭발, 구미 불산 유출사고 등으로 안전 관련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고 폐기물이나 오염물질을 다시 자원으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것도 화학기술이다.
▶김창로 부회장=바꿔 생각해보자. 생활에 필요한 목재나 양모, 천연고무를 얻으려면 자연을 얼마나 더 많이 파괴해야겠는가. 오히려 한정된 천연소재를 대체하는 것이 화학소재다. 신재생에너지와 소비개선 소재들로 온실가스 감축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정 부국장=글로벌 경기 침체로 철강, 조선도 어렵지만 화학산업도 위축돼 있다. 상황이 심각한가.
▶김 부회장=고유가로 원료가 압박은 높아지고 중동과 중국의 대규모 설비투자로 경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수출 의존도는 55%다. 올 상반기 수출 물량은 5.7% 늘었지만 수출액은 1% 증가에 그쳤다. 경쟁 심화로 수출단가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정 부국장=이런 가운데 등장한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원료는 원유를 기반으로 한 화학산업에 위협요인 아닌가.
▶김재현 원장=싼 셰일가스로 에너지 원가 자체가 낮아지는 만큼 산업 전반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가장 많은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개발에 나서면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단 셰일가스 물량이 많아지면 주성분인 메탄 가격이 떨어질테니 메탄을 활용해 석유화학에 필요한 중간 원료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에 앞장선다면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본다.
▶정 부국장=경쟁국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고 우리의 대처방안은 무엇인가.
▶남 정책관=중동이나 중국은 대규모 신증설로, 독일이나 일본 등 화학 선진국은 첨단산업과 관련한 정밀화학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경쟁은 원재료 물질 확보와 화학적인 변형의 기술, 그리고 대규모 설비를 통한 물량 공세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각 경쟁의 접점에서 한국이 어디로 방향을 정하고 어떻게 대응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정 부국장=그런 경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우선 좋은 인재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가.
▶정 회장=청년 실업이 문제라지만 화학분야에서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연구소와 생산 쪽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문제는 고등학교부터 시작된다. 열개 반 중 문과 대 이과 비율이 7 대 3이다. 최소한 문과와 이과 비율이 5 대 5는 돼야 하고 대학에서 이과 정원도 늘려야 한다. 무조건 등록금을 반값으로 할게 아니라 이공계로 인재가 올 수 있도록 선별적인 지원제도가 필요하다.
▶정 부국장=화학산업이 앞으로 무역 2조달러 시대를 달성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려면 변화가 필요한데.
▶김 원장=한국 화학산업은 생산 규모로 보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부가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빠른 성장을 목적으로 대기업, 중공업 위주로 발전해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까지 왔다. 그러나 선진국형으로 진화하기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특히 정밀화학 부문에서 자동차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한국의 주력산업에서 필요한 첨단 핵심 소재는 전적으로 독일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독일과 일본은 수만개의 글로벌 강소기업을 갖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렇게 계속 가면 주력산업에서도 흔들릴 수 있다.
▶정 부국장=이런 전반적인 문제들을 논의해 산학연 관련 기관이 공동으로 화학산업 발전전략을 세웠다고 들었다.
▶김 원장=국민소득 3만달러, 4만달러 시대로 한 단계 더 점프하기 위해서는 화학이 밑바탕이 돼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갖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함에 머리를 맞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 화학산업을 새롭게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4대 전략, 10대 추진의제로 가칭 ‘KOREA CHEM FUTURE 2020’이라는 발전전략을 세웠다.
▶정 부국장=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이 뒷받침돼야 할텐데.
▶남 정책관=발전전략이 그대로 정부정책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정책을 만들어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한 기술을 끝까지 쪼개 원천성을 따지고 들어가면 수학과 물리, 화학이 기반이다. 그러나 수학산업이나 물리산업이라는 말은 없다. 화학은 그 자체가 산업이 된다. 정부는 화학과 소재 투트랙 전략을 갖고 연구·개발(R&D)과 응용기술 쪽으로 예산투자를 늘려나갈 것이다.
▶김 부회장=그런 면에서 화학산업과 R&D는 실물경제 부처가 함께 담당해야 한다. 현재 한국은 지식경제부 철강화학과가 있지만 일본은 중앙부처에 화학 관련과가 3개로 세분화돼 있다. 문제는 일관성이다. 대선 정국을 맞아 후보들마다 정부부처 개편에 대한 공약이 많다. 너무 자주 바뀌면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산업도 안정적인 성장을 하지 못한다.
정리=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 참석자 <가나다순>
김재현 한국화학연구원장
김창로 한국석유화학협회 부회장
남기만 지경부 주력산업정책관
정광춘 한국공업화학 회장 (잉크테크 대표)
사회 : 정구학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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