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31일 낮 12시39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알앤엘바이오와 코스닥 상장사 알앤엘삼미는 지난해 5월13일 합병을 발표했다. 하지만 1년6개월이 지나도록 21차례에 걸쳐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와 이사회 일정을 연기한다는 정정공시만 냈을 뿐 합병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정을 요구했으나 여태 정정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 트라이써클도 지난해 6월8일 유상증자와 12월28일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결정한 이후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았으나 1년째 묵묵부답이다. 그 사이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10억원 단위의 소액 공모만 간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디웍스글로벌 또한 지난 6월15일 1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후 5차례 정정공시만 발표했을 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기약 없는 상장사들의 합병 및 발행 공시에 투자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다.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급락했던 알앤엘삼미는 합병 일정이 연기될 때마다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정정공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런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일부 상장사의 ‘일단 발표부터 하고보는’ 공시 관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앞으로 합병과 유상증자, BW, 전환사채(CB), 회사채 등 증권을 발행하는 상장 기업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받고도 일정 기간 내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발행 결정이 자동으로 철회된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내용의 ‘증권신고서 철회간주제도’를 6월25일 국회에 제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반영했다. 현재의 자본시장법은 ‘금융당국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는 규정만 마련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정정을 요구받고도 상장사가 응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대로 시행령을 개정해 정정신고서 제출 기한을 확정할 계획이다. 제출 기한은 6개월 이내가 유력하게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