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중반에 접어들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화려하게 출발한 시작과는 달리 대다수 기업들의 실적은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런 상황이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한 경기 불황이 기업실적에 반영되고 있고, 이 같은 기조가 4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 3Q 실적 발표기업 76%가 예상치 하회

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결 기준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가 있는 실적 발표 기업 46개 중 76.08%에 달하는 35개사가 예상치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 중 17개사(36.95%)는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미달한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반면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10% 이상 웃돈 기업은 3개(6.52%)에 불과했다.

증권가의 실적 전망치가 올해 하반기 들어 추가적으로 하향 조정됐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낮아진 기대치에도 부합하지 못하는 성과를 내놨다. 지난 9월 말 기준 실적을 발표한 43개사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18조9185억원을 기록, 3분기 들어 5.03% 하향 조정된 바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의 3분기 실적 발표 결과는 시장 예상치를 웃돈 깜짝 실적보다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종목의 비율이 크게 앞선다"며 국내 주요기업 300개 중 실적을 발표한 69개 종목에 비춰 중간값 기준막� 발표치가 예상치를 평균적으로 10.9% 정도 하회했다"고 분석했다.

◆ 삼성전자가 울린 팡파르…차가 바통 잇지 못해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웃돈 8조원대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어닝시즌의 흥겨운 분위기는 길게 가지 못했다.

3분기 연결 기준 실적을 발표한 47개 상장사의 3분기 총 영업이익 잠정치는 19조50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9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한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증가폭은 현저히 둔화된다. 46개사의 3분기 영업이익 잠정치는 11조37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4% 늘어나는 데 그쳤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차가 삼성전자의 호실적 바통을 이어받지 못한 여파가 두드러졌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 대비 17.84% 감소한 2조558억원에 그쳐 시장 컨센서스를 2.95% 밑돌았다. 기아차의 경우 29.36% 급감한 8294억원을 기록했고, 추정치를 14.13% 하회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 밖에 화학과 철강, 기계, 태양광 관련 종목들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두산인프라코어의 3분기 영업이익은 314억원에 그쳐 시장 추정치 대비 괴리율이 -70.83%에 달했다. OCI(괴리율 -52.30%), 삼성정밀화학(-21.48%) 등도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 그룹사별 명암 갈려…삼성·LG '방긋'·현대차 '울상'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중 정보기술(IT) 관련 기업과 내수 관련 기업이 선전하면서 기업집단별로도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IT기업이 포진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등의 호실적 효과가 전체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현재까지 실적을 발표한 9개 계열사의 총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62조1528억원, 10조219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44%, 114.27%씩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LG그룹의 경우 화장품 및 생활용품 업체인 LG생활건강 실적이 성장세를 이어갔고, IT 부문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흑자전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실적을 발표한 8개 기업의 영업이익은 1조306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14.27% 개선됐다.

반면 현대차그룹의 경우 실적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6개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조2079억원, 4조151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07%, 0.53%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직전 분기보다는 7.28%, 17.92%씩 감소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휴대폰 등 일부 IT산업을 제외하면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기대에 못 미친 점이 반영된 결과"라며 "자동차의 경우 최근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 여파로 가격 경쟁력 우려도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4분기 실적 하향 조정 '주춤'…전망은 밝지 않아

하반기 들어 4분기 실적 전망치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미국 및 한국 대선 등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118개 상장사의 4분기 총 영업이익 전망치는 28조4519억원을 기록해 하반기 들어 6.23% 감소했다. 다만 지난달 말 2조8436억원보다는 한달 새 0.05% 늘어 감소세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을 보였다.

임종필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하반기 이익모멘텀 하락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상반기부터 발생한 글로벌 경기모멘텀 하락 우려가 실제 기업들의 실적으로 확인되는 양상이 4분기까지 연장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연 연구원은 "대다수 기업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점은 괴리율이 지난해 3분기 대비 줄었다는 점"이라며 "추가적인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기조가 이어질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증시 충격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