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세제·예산안이 전면 수정될 기로에 놓였다. 주요 대선 후보들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증세와 복지 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 확대 요구까지 가세해 정부안의 뼈대 자체가 총체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1일 본격적인 예산 심의를 앞두고 342조5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전문가 공청회를 30일 열었다. 장윤석 국회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이날 “건전 재정 기조가 다소 후퇴하더라도 재정 확장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경기를 살려내는 데 심사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이어 373조1000억원의 내년도 총수입 규모에 대해서도 “정부가 세수 추계시 전제한 성장률 전망(4%) 등에 대해서도 전문가 의견을 수렴, 거품이 있다면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부의 균형 재정 기조를 허물고서라도 재정 지출을 더 늘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해 실시하고 있는 전면 무상보육을 폐기하고 소득 하위 70% 가구를 대상으로 0~2세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는 정부안도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선 후보마저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요 대선주자들이 경제민주화 등을 위해 일제히 증세 공약을 들고 나오면서 세제개편안의 소득세·법인세율과 예산안 내 세입 추계 등도 대대적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야당 예결위 간사인 최재성 민주통합당 의원은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잘못된 성장률에 근거해 부풀려진 위장 예산”이라며 “증세 문제를 제쳐 놓고 재정 건전성과 지출 확대를 논의하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도 증세론이 쏟아졌다. 김유찬 홍익대 교수는 “소득 상위 계층이 세금을 더 내는 것이 사회 전체적으로 고통이 적고 효율적인 재정 조달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는 공청회 결과를 토대로 △10월31일~11월2일 종합 정책질의 △11월5~6일 비경제부처 심의 △11월7~8일 경제부처 심의 등을 거쳐 내달 19일 예산안을 의결, 본회의로 넘길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부 예산안과 결산을 심의하기 위해 국회에 설치한 특별위원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한 예산안과 결산을 종합 심사하는 역할을 한다. 여야 의원 50명으로 구성하며 활동 기간은 회부 안건이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