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자 사후 40년이 지난 1867년에야 악보가 발견된 ‘엘리제를 위하여’는 베토벤의 가장 대중적인 피아노 소품으로 사랑받고 있다. 1810년께 40세의 베토벤이 18세의 어린 제자 테레제 말파티를 위해 쓴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는 베토벤이 청력을 상실해가는 고통을 초인적인 의지로 극복하고 가장 역동적인 작품들을 쓰던 때이다. 그런 와중에 이처럼 단아한 가작이 나온 것이다.

바로 그 해에 중늙은이 베토벤은 큰 용기를 내어 테레제에게 청혼했다가 꽃봉오리처럼 피어오르던 소녀와 그 가족에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어쨌든 당시의 설레던 심정이 철인을 이끌어 이토록 아기자기한 곡을 만들게 했을 것이다. 베토벤의 평생 친구 프란츠 베겔러는 “물론 베토벤은 평생 결혼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에 빠져 있지 않았던 적은 한시도 없었다. 그것도 아주 열정적으로!”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다. 사랑의 열병이야말로 베토벤이 개인적 불행을 이겨낸 힘이었을 것이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