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초강세에 '특별검사 카드' 빼들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감독당국이 주요 외국환은행 3~4곳에 대한 특별 공동검사를 실시한다. 은행들의 외환 선물 관련 거래 상황과 파생상품인 구조화예금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기 위해서다. 최근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외환 선물 거래(포지션)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원화 강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같은 조치가 “환율 급락을 막기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은행 선물환 포지션 급증

30일 외환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은 내주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한 특별 외환 공동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검사 대상은 외국은행 지점과 국내 은행 등 3~4개로, 검사 기간은 3~4주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외환 공동검사는 정부가 2010년 6월 ‘자본 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발표한 이후 같은 해 10~11월, 지난해 4~5월에 이어 세 번째다.

외환 당국이 공동검사에 나선 건 최근 은행들의 선물환 매수 잔액 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은행의 선물환 매수 잔액은 9월 말 440억달러로, 올 들어서만 130억달러 증가했다. 당국은 선물환 포지션 규모가 확대되면 은행의 외채가 증가해 건전성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선물환이 급증한 이유가 무엇인지, 최근 환율 하락과 관련해 어떤 영향이 있을지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7억달러 증가한 구조화예금도 검사 대상이다. 신종파생상품인 구조화예금으로 인해 은행에 선물환 포지션이 늘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출입 등 달러의 실수요와 상관 없는 파생상품 거래로 인해 환율이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선물환 증가 배경에 주목

은행의 선물환 포지션이 증가한 건 조선 자동차 등 수출기업과 역외세력의 거래 상대방으로서 외환 선물을 매수하기 때문이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환 변동 위험을 피하기 위해 선박 수주대금이 들어올 시점에 맞춰 대부분 선물환 매도에 나서지만 요즘처럼 환율이 급락할 땐 일정 부분 매도 시점을 앞당긴다”고 말했다.

선물환을 매수한 은행은 환 헤지를 위해 곧장 달러를 차입한 후 외환시장에 그만큼 달러를 팔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달러 매물이 증가해 환율 하락 압력이 커지게 된다. 수출기업처럼 정상적인 거래라면 상관 없지만 환율 하락을 노린 투기적인 세력의 선물환 매도가 증가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동검사 결과에 따라 ‘선물환 포지션 한도’ 강화 등 추가적인 외환건전성 제고 조치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선물환 포지션 한도는 2010년 6월 신설 당시 외은지점 250%, 국내은행 50%였으나 작년 6월부터 각각 200%, 40%로 축소했다.

또한 정부는 이르면 12월 초 외국인 증권투자 전용 원화계정을 주식, 채권 등으로 구분해 투자 목적을 밝히도록 할 방침이다. 최근 국내로 유입되는 투기성 단기자금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4원30전 내린 1091원50전에 마감, 또 다시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아직 은행들의 선물환 포지션 한도까지 여유가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 검사가 원화 강세 추세를 돌려 놓을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다.

서정환/장창민 기자 ceoseo@hankyung.com

■ 선물환 포지션

은행이 통화 선물을 사고 팔아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선물환 보유액. 외환당국은 은행의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포지션의 비율을 제한하고 있다.

■ 외화구조화예금

기관투자가들이 원화를 맡기면 이를 스와프시장에서 달러 등 외화로 바꿔 은행에 외화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보통 리보금리가 일정구간 안에 있으면 일반 예금보다 높은 이자를 주고 정해진 구간을 벗어나면 이자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