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3년을…평범한 공무원 김씨의 '이중생활' 충격
공금 횡령으로 부인(40)과 함께 철창신세를 진 전남 여수시청 8급 공무원 김모(47)씨에 대해 동료 직원들은 하나같이 말없이 열심히 일하는 '과묵·성실'의 전형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공직사상 초유인 70억대의 공금횡령범으로 드러나자 "지금까지 모든 행동이 철저히 계산된 가식이자 사기행각이었다"며 분노와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

김씨는 지난 1992년 9월 기능 10급으로 임용됐다. 교동사무소와 수도과 등에서 검침 업무 등을 하다 지난 2000년 9월 기획예산과를 거쳐 2002년 9월 문제의 회계과로 입성했다.

2006년 9월까지 만 4년간 회계업무를 보다 총무과로 잠깐 옮겼으나 2009년 7월부터 회계과로 복귀, 지난달 8일 부인(40)과 동반자살을 기도하면서 범행이 드러난 그 순간까지 7년 2개월간 회계업무를 봤다. 김씨가 회계과에 2번이나, 7년이 넘도록 근무가 가능했던 것은 윗사람들이 성실성과 능력을 높이 산 때문이었다.

회계과의 한 동료는 29일 "그렇게 열심히 일한 이유가 범행이 탄로나지 않을까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서 돈을 계속 빼돌리려는 기만술이었음을 이제야 알았다"며 칭찬이 범죄를 키우고 있었음을 탄식했다.

그는 출퇴근할 때 소형차를 이용했고 소탈한 옷차림 등 돈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위장했다. 또 퇴근 후 동료들이나 친구들과의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도 이중생활을 했다.

김씨는 33평형의 중형 아파트에서 평범하게 살아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다.

그러나 같은 단지에 장인과 처형, 처남 등 인척들이 함께 살고 있는 사실이 밝혀지고 검찰 수사 결과 이들 아파트 구입에 횡령금이 유입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의 위선을 드러냈다. 남편과 달리 부인 김씨는 외제차를 굴리고 골프 라운딩을 즐긴다는 등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무성했던 것도 그의 이중성을 생활을 반영한 대목이다.

김씨와 볼링게임을 하는 등 몇 차례 어울린 적이 있다는 시청의 한 직원은 "김씨가 볼링을 잘했는데 말수도 적고 술도 마시시 않은 데다 검소해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며 "모든 사람들을 철저히 속였다"고 분개했다.

말수가 적어 본심을 잘 알 수 없었지만 성실한 공무원으로만 알았다는 것.

이 직원은 "범죄 때문에 친구들도 멀리하고 공범인 아내 등만 접촉하다보니 교우 등 인간관계가 완전히 일그러진 삶을 산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