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말년에 왜 독특한 요트 건조에 관심을 기울였을까. 요트를 타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고 싶었을까. 아니면 가족에게 선물로 남기고 싶었을까.

바로 그 요트(사진) 건조가 끝나 지난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알스미어 조선소에서 진수식이 열렸다. 네덜란드 인터넷 매체 ‘원모어싱’은 요트 진수식에 잡스 부인인 로린과 세 딸 리드, 에린, 이브가 참석했고 ‘비너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보도했다. 유가족은 행사 참석자들에게 ‘고맙다’는 메모와 함께 선물을 줬다.

요트 설계 및 건조에는 6년이 걸렸다. 잡스는 프랑스 디자이너에게 설계를 맡겼고 자신의 의견도 반영했다. 요트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에 따르면 요트 길이는 70~80m쯤 되고 외부가 알루미늄으로 덮여 있어 일반 요트보다 훨씬 가볍다. 잡스는 미관을 살리기 위해 맥 컴퓨터와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쓴 알루미늄을 요트에도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트 ‘비너스’는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여 만에 완성됐다. 유가족이 이 요트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진 바 없다.

월터 아이작슨이 쓴 자서전 ‘스티브 잡스’를 보면 잡스는 암이 악화돼 생을 정리하는 순간까지도 요트 건조 상황을 보고받고 디자인에 관해 토론했다. 잡스는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원 모어 싱(one more thing·하나만 더)”을 덧붙여 애플 팬들을 기쁘게 하곤 했다. ‘비너스’는 가족에게 남긴 마지막 ‘원 모어 싱’인 셈이다.

김광현 기자 khkim@hankyung.com